우리 아이 키 크는 여름방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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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중엔 학업에 밀려 신경을 못 썼다면, 방학이야말로 아이들 키 성장에 적기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송미선(39·서초구 잠원동)씨는 매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쳇바퀴 돌듯 바쁜 삶을 사는 아이들을 보며 ‘저렇게 잠도 잘 못 자고 제대로 뛰어 놀지도 못하면 키가 잘 안 클텐데’ 하는 생각에 걱정이 많다. 하지만 학기 중에는 내 아이가 뒤쳐지는 것에 마음이 쓰여, 아이 건강을 위한 모든 계획은 방학으로 미뤄뒀었다. 이제 여름방학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서정한의원의 박기원 원장은 “황금 같은 방학 기간에 아이의 키 성장에 올인 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질병 치레로 키 성장에 쏟아 부어져야 할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실내·외 온도 차는 5℃ 미만으로 유지

 일차적인 위험요소는 감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에어컨에 의한 낮은 실내 온도 때문에 여름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지만, 여름감기는 사실 에어컨에서 나오는 찬바람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문제는 낮은 실내 온도 자체가 아닌, 하루에도 몇 번씩 야외와 실내를 드나드는 과정에 있다. 요즘은 버스, 지하철, 학원, 상점 할 것 없이 어딜 가나 에어컨이 풀 가동 된다. 하지만 밖은 뜨겁게 내리 쬐는 태양 열에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더운 바람까지 합해져 체감온도는 더욱 올라간다. 이때 실내와 실외를 오가는 횟수가 많을수록 몸의 저항력과 조절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급격한 온도변화는 체온조절중추 신경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름 감기는 그 과정을 몸이 견디지 못해 생기는 질병이다. 마치 하루에도 몇 번씩 환절기를 맞이하게 되는 꼴이니 아이들 몸이 버텨낼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집에서 에어컨을 켤 땐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가 5℃ 미만이 되도록 설정해 놓는 것이 좋다. 또한 1~2시간에 한번씩은 5분이상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몸에 무리를 덜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학원처럼 아이가 혼자 냉방수준을 조절할 수 없을 때에는 얇은 긴 소매 옷을 챙겨줘 체온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고,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복도에서 충분히 몸을 식힌 후 들어가도록 당부해둔다. 특히 뒷목에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박 원장은 “뒷목과 뒤통수에는 바람에 민감한 경혈점이 있기 때문에, 이에 찬 바람을 쏘일 경우 감기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이 배 이상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더운 낮 시간대 피해서 가볍게 운동

 박 원장은 평소 키 성장에 좋은 운동으로 스트레칭과 배구, 농구, 줄넘기, 택견, 배드민턴 등을 권해왔다고 한다. 이런 운동들은 성장판을 적절한 강도로 자극해 줘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고, 또 밖에서 운동하며 햇볕을 쬐게 되면 비타민D의 합성이 늘어나 체내의 칼슘대사가 더 원활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땀으로 인한 수분 손실이 많아 심한 피로를 느낄 수 있고 탈수로 열사병 등의 질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동 전과 운동 후 500~600㎖씩의 수분 보충은 필수다.

 특히 날이 더우면 피부의 온도가 증가해 피부 표면의 모세혈관에 공급되는 혈액량도 많아지는데, 이때 운동 중 근육에 집중돼야 할 혈액은 부족하게 돼 근육 수축력도 감소하고 젖산과 같은 피로물질도 더 쉽게 쌓일 수 있다. 더불어 피부의 온도보다 외부 공기의 온도가 높은 여름엔 운동할 때 생긴 열을 방출할 수 없어 체온이 과도하게 상승할 위험도 있다.

 아이들은 컨디션 이상이 생기더라도 놀기에 바빠 스스로 증상을 체크하지 못한다는 점을 잊지 말고, 부모들은 아이가 날이 너무 더운 낮 시간대를 피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좋다.

삼계탕같은 보양식은 적당히 먹어야

 보약도 과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듯이 보신음식도 마찬가지다. 삼복이라 해서 옛사람들은 여름 한철 동안 딱 세 번 보양식을 먹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한 달에도 서너 번씩 삼계탕을 찾기도 한다. 삼계탕의 주재료는 인삼과 닭이다. 인삼은 따뜻한 성질을 가진 약재이고 닭 역시 따뜻한 성질을 가진 고기다. 게다가 쉽게 열이 식지 않는 뚝배기에 팔팔 끓여 뜨거운 채 먹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무리가 될 수 있다. 양기가 많은 약재나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음기를 손상시킬 수 있고,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아이나, 열성 질환이나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삼계탕은 1인분에 800kcal나 되는 고열량 식품이기 때문에 너무 자주 먹는 것은 소아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소아비만은 성조숙증의 가장 큰 요인이므로 아이의 키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부모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 도움말 = 서정한의원 박기원 원장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 일러스트="이말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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