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콘텐트 발빠르게 앱으로 … ‘만년 적자’ 탈출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성낙양 두산동아 대표가 9일 서울 연지동 집무실에서 학습서적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성 대표는 “출판업은 사양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진 두산동아]

출판업계가 지독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선전하는 기업이 있다. 초등학생용 참고서로 유명한 두산동아다.

㈜두산에서 분리하기 전인 2007년에만 해도 적자였던 이 회사는 지난해 24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128억원이다. 선전 배경은 발빠른 디지털화다. 출판기업이지만 책 속 콘텐트를 애플리케이션에 담아 성공을 거뒀다. 2010년 출시한 ‘프라임영한한영사전’ 앱은 출시 초기부터 2년여 동안 국내 앱 스토어에서 부동의 1위(참고서 항목)다. 건당 다운로드 가격은 13.99달러(약 1만7000원)으로 비교적 비싼 편이지만,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만 건(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동아전과 앱(다운로드 건당 29.99달러)도 출시한 지 1년이 지나지 않아 판매 목표치의 200%가량을 달성했다.

 변신은 이 회사 성낙양(47) 대표가 주도했다. 그는 야후코리아 대표를 거쳐 2007년 두산동아에 합류했다. 성 대표는 9일 “흔히 모바일 시대에 출판기업의 생존에 회의적인 이가 많지만, 출판기업이야말로 콘텐트의 양과 질 모두를 갖추고 있어 생존에 유리하다”며 “시장의 변화에 앞서 우린 ‘좋은 책뿐 아니라 좋은 콘텐트를 잘 만드는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명확한 지향점을 가진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두산동아가 가진 콘텐트를 앱에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현재까지 이 회사가 개발한 콘텐트 관련 앱은 1030종에 달한다. 앱들을 사용자 입장에서 최대한 쓰기 편하게 만드는 데 주력한 것도 비결이다. 프라임사전 앱은 오프라인 사전의 다양한 사용례를 보기 쉽게 편집해 인기를 끌고 있다.

두산동아가 개발한 앱들. 두산동아는 ‘두산동아 프라임영한한영사전 앱’과 ‘동아전과 앱’ 등 1030종의 앱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 두산동아]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앱 개발자를 늘려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공개적으로 도전하는 이들도 있었고, 개발한 앱 중 상당수는 시장에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시장의 반응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실패는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에는 앱 개발에 든 투입비용과 매출 추이, 다운로드 수 등 시장의 반응을 정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지속성장의 가장 큰 비결로 ‘콘텐트 자체의 품질’을 꼽았다. “원천 콘텐트가 좋으면 애플이든 안드로이드든 서로 팔고 싶어하는 만큼 기기 제조업체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최고의 콘텐트가 우리의 무기”라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애플은 자사 모바일 기기에 이 회사 앱을 기본 앱으로 내장하거나, 제품 광고에 이 회사 앱을 노출하기도 했다.

 두산동아의 다음 목표는 ‘디지털 교과서’다. 최근에는 교사용 멀티미디어 수업 지원 웹사이트인 ‘두클래스(www.douclass.com)’를 출범했다. 교사라면 이 사이트에서 다양한 실험 영상과 소리자료를 무료로 다운로드받아 쓸 수 있다. 그는 “당장은 돈이 안 될 수 있지만 기업활동을 통한 사회공헌을 할 수 있고, 학생들에게는 두산동아 콘텐트에 대한 친근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진짜 목표는 디지털이든 종이 책이든 이를 잘 채워내는 좋은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