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시간 탐험 (27) - 가장 어려웠던 1승

중앙일보

입력

스트라이크 아웃 !

1932년 6월 10일 일요일, 클리블랜드 리그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경기.

연장 18회말,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승리투수가 된 필라델피아의 에디 롬멜은 코니 맥 감독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롬멜은 2-3으로 뒤져있던 2회에 등판하여 무려 17이닝을 던졌던 것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경기의 최종 스코어가 18-17이라는 것. 롬멜은 17이닝 동안 볼넷 9개를 포함, 장단 29개의 안타를 맞으며 14점(13자책)
을 내줬다. 특히 롬멜은 클리블랜드의 유격수 자니 버넷에게만 8안타를 상납하며, 그를 한경기 최다안타(9안타)
기록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롬멜은 감독에게 미움을 받고 있었던 걸까?

원래 이 경기는 어슬레틱스의 홈경기로 치뤄졌어야 할 경기였다. 그러나 당시까지 필라델피아에서의 일요일 경기는 불법이었다. 때문에 어슬레틱스는 일요일에 홈경기가 잡혀 있을 경우, 상대팀의 구장에 가서 시합을 해야만 했다.

맥 감독은 일요일 경기가 끝나면 다시 홈경기가 치뤄지기 때문에 자신의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풋내기 선발 류 크러세와 '가장 든든한 불펜투수' 롬멜, 단 두 명의 투수만을 클리블랜드에 데려간 것이다.

크러세가 1회말에만 3점을 내주자, 맥은 즉시 롬멜을 올렸다. 경기가 18회까지 갈지, 롬멜이 14점을 내줄지는 상상도 못한 채로.

우여곡절 끝에 롬멜은 자신의 171번째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우연인지는 몰라도 그 승리는 롬멜의 마지막 승리였다.

롬멜은 필 니크로(318승)
, 호이트 윌헴름(143승)
과 함께 빅리그 역사상 '3대 너클볼 투수'로 꼽히는 선수다. 롬멜은 원래 스핏볼(공에 침을 발라 던지는 투구)
투수였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던 1920년 스핏볼이 금지됐고, 롬멜은 주종목을 너클볼로 바꿨다.

특히 대부분의 너클볼 투수가 늦게 꽃을 피는 것과는 달리, 롬멜은 서른번째 생일 이전까지 108승을 쌓았다. 이 기간 동안 윌헬름과 니크로의 승수는 각각 22승 · 30승에 불과했다.

1932년을 끝으로 은퇴한 롬멜은 메이저리그에 또 한가지 기록을 선사했다. 1938년부터 아메리칸리그의 심판으로 활약했던 롬멜은 1956년 안경을 쓰고 나타난 최초의 메이저리그 심판이 됐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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