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유료화 '빛이 보인다'[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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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업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콘텐츠 유료화. 네티즌들의 반대가 거세고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 사이에서 작지만 뚜렷한 성공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인터넷 기업이 문을 닫았다. 인터넷 뉴스 매체로 인기를 끌어온 데일리클릭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자진 폐간한 것.

데일리클릭은 99년 9월 첫 뉴스를 올린 이후 18개월 동안 별다른 돈벌이 없이 가까스로 하루하루를 버텨온 것으로 드러났다. 데일리클릭의 이성진 사장은 “경영진의 미숙에 그 원인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전세계적으로 콘텐츠 생산회사가 이토록 천대받고 지원받지 못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데일리클릭의 경우 세 차례에 걸친 펀딩과 인수협상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 1년 여를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콘텐츠를 제공하고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 모델은 거의 설 땅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광고시장이 위축된데다 그나마 인터넷 업계에서는 상위권 업체의 광고 독식 현상이 극심하다는 것이 그 이유. 게다가 상위권 업체에서는 덤핑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어 중소규모 업체에서 광고를 따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성진 사장은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많은 수의 다른 회사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별다른 수익 없이 광고에 의존해온 회사들이 줄지어 몰락할 가능성마저도 제기한 셈이다.

교육방송국 참누리넷은 유료화로 기사회생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교육방송국 1318 클래스를 운영하는 참누리넷. 이 회사는 누적된 적자로 문닫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유료화 전환으로 극적 회생한 케이스에 속한다.

참누리넷은 유명 강사들의 동영상 강의로 중고생들 가운데서는 가장 인기있는 교육 사이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해온 것.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동영상 강의를 실시해온 참누리넷은 문닫기 일보직전에서 유료화 전환으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참누리넷의 김교현 사장은 “초기에는 무료로 고객을 모으고 다른 부대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만큼 많은 부대수입이 오르지 않았고 지난 1월 초 전격 유료화를 발표하기 직전에는 직원들 월급마저 두 달째 지급하지 못했다”고 했다.

물론 유료화 실시에 네티즌들의 반발은 거셌다. ‘광고로 수입도 많이 올릴 텐데 무슨 유료화냐’, ‘유료화로 전환하면 더 이상 이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견들로 게시판이 도배됐다.

이런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김사장이 직접 나섰다. 김 사장은 동영상으로 제작한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하는 어려운 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당장 유료화를 하지 않으면 회사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이 동영상 방송이 나간 후 네티즌들의 반응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실상을 알고 난 후 네티즌들 대부분이 유료화에 찬성을 하고 나선 것이다.

참누리넷은 유료화를 시작한 지 한 달 여 만에 4천여명이 유료회원으로 등록했다. 지난달 월 매출액만도 4억원을 돌파했다. 밀린 직원들 월급을 지불했음은 물론이고 폐쇄 직전에 기적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심마니도 3월 중순부터 유료화 채비

지난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콘텐츠 유료화. 진원지는 역시 포털 사이트들이다. 그동안 무한정 퍼주기만 했던 서비스에 돈을 받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기상조라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의미있는 성과들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27일 오픈 당시부터 유료화를 염두에 두고 출범한 코리아닷컴의 경우 초기의 우려와 달리 상당한 매출액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오픈 한 달째인 10월 말 3억 8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11월 4억2천만원, 12월 5억5천만원, 1월 말 6억5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업계에서 유료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1월 말부터는 일 매출이 2천만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 유형별로는 게임, 영화, 만화, 교육 등 전통적인 채널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게임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유료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코리아닷컴. 현재 포털 사이트 가운데 유료 콘텐츠 매출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코리아닷컴은 올 연말까지 현재 10개인 채널을 20개로 늘리며 지난 해 말 2백여 개에 머물렀던 CP를 2001년 말까지 4백 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 해 말까지 총 3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1백9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5일부터 유료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인티즌의 경우도 일 매출 2백만원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인티즌의 김진우 부사장은 “일 매출 기준으로 1단계 1백만원, 2단계 5백만원, 3단계 1천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3단계에 오르는 시기를 올해 중반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범 초기부터 유료화로 방향을 잡아온 코리아닷컴과 달리 인티즌의 경우는 기존 사이트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꾸면서까지 유료화의 모험에 뛰어든 케이스다. 거창하게 내걸었던 허브 포털이라는 간판은 이미 내버린 지 오래다. 회사 곳곳에는 목표치가 내걸려 있다. 직원들은 마치 유통업체 직원들처럼 매출 목표 달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치 돈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분위기다. 이에 힘입어 기존 회원들 거의 반발 없이 실명화로 전환했고 유료화를 정착시켰다.

네띠앙은 지난 해 연말부터 교육 콘텐츠를 비롯, 무협, 게임, 만화, 사진관, 미팅 서비스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일부를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상반기까지 영화, 증권 등도 순차적으로 유료화할 계획이다.

네띠앙은 콘텐츠 유료화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구축 비즈니스인 ‘네띠앙 C.O.M.’과 메일 호스팅 서비스인 ‘도메인 메일’ 등 기업대상 유료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심마니의 경우 오는 3월까지 빌링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하고 3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유료 콘텐츠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 홍보실의 최연미 부장은 “콘텐츠를 과금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작업을 하는 동안 준비한 10여 개의 유료 콘텐츠를 한꺼번에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코스 코리아의 경우 전면 유료화는 없을 것이라고 대외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전화 벨 서비스, 교육 수능을 중심으로 유료화를 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포털업체들 대부분이 유료화라는 대세에 몸을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야후나 다음의 경우는 유료화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일부 서비스를 대상으로 프리미엄 개념으로 유료화를 실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콘텐츠를 유료화한다는 개념은 아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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