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마친 정두언 "마지막 액땜이라 생각" 울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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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액땜이라 생각”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5일 오후 11시45분쯤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13시간 동안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한 정 의원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 정부에서의)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5일 오전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조사한 뒤 자정 무렵 돌려보냈다. 정 의원은 귀가하면서 “대선자금 명목으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울먹이며 “제가 정권을 찾는 데 앞장섰습니다. 저는 이 정부 내내 불행했습니다. 그분들은 다 누렸습니다.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정 의원을 상대로 2007∼2008년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서 1억원 안팎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 돈이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직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전달된 점에 주목, 저축은행 운영과 관련해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이 부분을 캐물었다. 하지만 정 의원은 “2008년 초 받았다가 돌려준 3000만원 이외에는 어떤 돈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정 의원에게 2007년 대통령선거를 전후해 이상득(77) 전 의원이 임 회장에게서 3억여원을 받을 당시 함께 있었는지도 추궁했다. 합수단은 정 의원과 임 회장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대기 중이던 임 회장과 대질신문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의원의 역할과 돈을 전달한 구체적인 목적을 알았는지 여부 등에 따라 이 전 의원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의 소개로 이 전 의원에게 건네진 3억여원이 대선자금에 활용됐다면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조사실로 향하다가 “이 전 의원이 임 회장에게서 받은 돈이 대선자금 모금 차원에서 받은 돈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인정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정 의원은 “충분히 잘 해명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임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2007년 (대통령후보) 경선 전에 만났던 임 회장이 경선 후 찾아와 이 전 의원을 소개시켜 준 것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특히 “‘돈을 좀 어떻게 하겠다’고 해서 이 전 의원에게 보냈다”고도 했다. 당시 정 의원은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이 전 의원과 함께 정권 창출의 핵심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정 의원이 청와대를 향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약 3억원의 성격도 대선자금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검찰은 김 회장으로부터 김덕룡(71)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이 2007년 대선 당시 자신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해 줬다는 진술을 받아 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의장도 이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2007년 이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 최고의사결정기구인 ‘6인회’ 멤버였다. 검찰은 김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제공한 돈이 어떤 명목으로 건네졌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썼는지, 안 썼는지 나중에 수사가 돼서 인정되면 어디에 썼느냐고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5월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돈의 일부를 2007년 대선 때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말해 불법 대선자금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검찰은 이르면 6일 이 전 의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정 의원 역시 같은 혐의로 사법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정두언 의원의 소환조사를 이명박 정부의 대선자금 문제와 연결짓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정 의원의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대선자금 운운하는 건 정치적 비약”이라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 결과를 기다리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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