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355수 혈전 끝에 원성진 생애 첫 결승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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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 3국>
○·원성진 9단 ●·천야오예 9단

제17보(251~270)=‘패’는 요술쟁이라고 불린다. 천변만화하기에 ‘요사스럽다’는 소리도 듣는다. 패는 기사회생의 묘약이기도 하다. 일본의 초대 본인방 산샤는 임종 시에 “바둑이라면 패라도 걸어 살릴 텐데 사람의 목숨은 어쩔 수 없구나”라고 말하며 숨을 거뒀다고 전해진다.

컴퓨터가 바둑을 정복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도 패다. 패싸움을 하려면 바꿔치기의 손익계산은 물론 전국의 형세 판단도 필수적이다. 우수한 인공지능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패는 또 바둑을 한없이 길게 만든다.

 이 판은 네 번째 패를 진행 중이고 그래서 참으로 긴 바둑이 되었다. 마지막 1분 초읽기 속에서 서로 팻감을 쓰는 와중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패와 무관하게 큰 수가 발생한 것이다. 바로 ‘참고도’ 백2, 4로 두는 수. 흑은 5로 끊을 수 없다.

 백이 268에 받았을 때 천야오예도 그 수를 봤다. 중앙이 살아가면 바둑은 끝이다. 해서 패를 하다 말고 269 끊었고, 백이 드디어 270 따내 길고 긴 패싸움이 끝났다. 동시에 승부도 끝났다. 이 판은 무려 355수까지 이어진 끝에 백의 7집반 승. 원성진 9단은 이렇게 결승에 올랐다. 프로생활 13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무대 결승에 올랐다(256·259·262=패 따냄).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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