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출신은 학생부 전형보단 수능 성적 올려 논술 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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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입시전문가에게 길을 묻다’ 시리즈에서 두 번째로 만난 전문가는 대성마이맥·티치미 입시전략연구센터 김찬휘 센터장과 한국외대 이석록 입학사정관실장이다. 김 센터장은 정시와 수시로 구분되는 대입 전형을 분석·정리하고, 이 실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글=전민희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김찬휘(오른쪽) 센터장이 ‘2013학년도 대입 전형’ 관련 학부모 임은영(왼쪽)·이소연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수시 횟수 제한, 상위권 대학 경쟁률 낮출 것” 김찬휘 센터장

-임은영(44·대치동, 이하 임): 수시모집 지원횟수 제한이 경쟁률과 합격선 등 입시결과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올해 입시부터 수시모집에서 지원할 수 있는 횟수가 6회로 제한됩니다. 자신의 성적대와 강점을 파악한 입시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SKY로 일컬어지는 최상위권 대학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부터는 경쟁률과 합격선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대부분 안정지원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특히 수시모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논술 전형의 경쟁률이 낮아질 것입니다.”

-임: 수시모집의 전형별 특징을 알려주세요 

“크게 학생부형과 논술형, 특기자형,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학생부형은 말 그대로 학생부 교과성적이 합격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서울 소재 대학의 경우 1등급 초·중반대의 내신성적을 갖춰야 합격이 가능합니다. 대신 전체의 33%를 차지하는 논술 전형에서는 내신 영향력이 거의 없습니다. 대학들마다 내신 1등급부터 5등급까지는 큰 점수차를 두지 않기 때문이죠. 논술 준비를 잘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수능시험을 잘 봐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죠.”

-이소연(48·서초동, 이하 이): 강남지역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학생부 전형으로 대학 가기는 거의 불가능하겠네요. 

“합격생 비율이 높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지난해 양재고 문과 1등 학생의 평균내신이 1.34등급이었는데, 지방 고교 출신들은 전학년 평균 내신이 1등급인 경우가 꽤 있어요. 차라리 수능점수를 높여 논술 전형 우선선발을 노리는 게 효과적입니다. 우선선발 비율이 70%에 달하기 때문에 수능 우선선발 기준만 충족하면 합격가능성이 높죠. 특정 분야에 뛰어난 스펙이 있는 학생이라면 입학사정관 전형도 노려볼 만합니다.”

-임: 저희 아이는 영어에 소질이 있는데 어떤 전형을 선택해야 할까요.

 “대학마다 어학특기자 전형이 있습니다. 해외거주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많이 도전하는 전형이죠. 하지만 최근에는 공인영어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워낙 많다 보니 상당수 대학에서 공인영어성적은 지원자격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iBT 100점 이상 지원’이란 식이죠. 대신 영어에세이와 면접을 진행하는 학교가 많습니다. 토플·텝스와 같은 어학성적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다보니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일찍부터 영어에세이와 면접 준비를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죠.”

-이: 정시모집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는 무엇인가요. 

“정시는 무조건 수능이죠. ‘수능 100%’로 전형하는 경우가 많고, 학생부 성적을 반영해도 내신 4, 5등급까지는 영향력이 적습니다. 지난해부터 대학들이 수시모집 미등록인원을 수시에서 충원하기 때문에 정시모집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높아지는 이유죠. ‘정시에 올인한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수능에 자신 있는 학생이라도 수시모집에서 소신지원을 하고, 불합격했을 경우 정시를 노리는 게 바람직해요. 다양한 전략을 짜야 합격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입학사정관 전형 서류평가의 80%는 학생부” 이석록 실장

이석록 실장

-김희선(41·이촌동, 이하 김): 저희 아이는 자율형사립고인 세화고에 다닙니다. 입학사정관 전형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어떤 학생들이 합격하나요.

 “어떤 학생이 뽑힌다고 한마디로 단언 할 수는 없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학생이 합격하는 경우도 있고, 특별한 스펙이 없어도 리더십과 봉사활동, 상위권 내신성적을 두루 갖춘 학교생활충실형 학생이 선발되는 경우도 있어요. 내신성적도 중요하죠.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내신 5~6등급의 합격생은 많지 않습니다.”

-최경순(44·잠원동, 이하 최): 가장 중요시하게 보는 서류는 무엇인가요.

 “학교생활기록부입니다. 자기소개서와 추천서·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서류를 받지만, 학생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정도 돼요. 내신성적은 물론, 교내 수상실적과 독서·봉사활동, 진로지도사항, 출결에 이르기까지 학생부에 적힌 모든 것이 평가요소입니다. 성균관대가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면접을 보지 않는 것도 학생부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죠.”

-김: 교외 수상실적을 보지 않는다는 게 사실인지 궁금합니다.

 “보지 않습니다. 수상실적의 경우 교내대회 실적이 핵심이죠. 대학에서는 대회 참가대상과 인원, 수상학생수까지 살펴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수상실적 자체보다 수상실적을 올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가 중요하죠. 이를 자기소개서와 면접과정에서 강조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대신 교내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학교대표로 교외대회에 참가했을 경우 자기소개서에 그 부분을 강조할 수는 있겠죠.”

-최: 엄마입장에서는 아이에게 어떤 봉사를 하라고 권유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어떤 활동인지 보다 활동의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하는 청소를 750시간 한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누군가에게 베풀었다던가,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노인복지관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 경우 사정관들 눈에 띄는 건 사실입니다. 자기소개서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활동내역, 느낀 점, 행동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부각시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어요. 노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학과 진학을 꿈꾸게 됐고, 실제 성적이 올랐다면 어떤 사정관이 낮은 점수를 주겠습니까.”

-김: 독서활동사항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책의 장르와 난이도는 중요하지 않아요. 전공 관련 서적을 읽었다고 좋은 점수를 주는 게 아닙니다. 한 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읽고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죠. 면접에서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위해서는 평소 책을 읽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아요. 책을 2시간 동안 읽었다면 30분 정도는 책의 내용과 느낀 점을 정리해 보는 훈련이 필요한 이유죠.”

학부모 최경순(왼쪽)·김희선씨.

-최: 좋은 자기소개서는 어떤 건가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상당수 학생이 자신의 활동을 나열하기만 합니다. 특정 활동에 대해 나름대로 해석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려 노력한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고1 때부터 활동내역을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죠. 활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부각시킬 요소를 고민해야 합니다.”

-김: 스펙이 화려한 학생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나요.

 “가능성 있는 얘깁니다. 부모의 정보력과 능력에 의해 만들어진 학생일 수 있거든요. 학생의 진정성은 면접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 가능합니다. 전공과 관련된 활동을 왜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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