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외국계 대주주 'CEO 선임에 입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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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먼삭스 등 국내 은행에 자본 참여한 외국계 투자자들이 최고경영진(CEO)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최대 주주인 골드먼삭스사의 헨리 코넬 상임이사는 15일 "김상훈 국민은행장이 국민.주택 합병은행의 CEO가 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코넬 이사는 이날 국민은행의 주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은행이 소매.신탁.기업 금융 등 여러 사업 분야를 하고 있으며 규모도 주택은행보다 크다" 면서 "두 은행의 합병은 국민은행의 다양한 사업 분야에 주택은행의 강점이 더해지는 형식이므로 최고경영자는 국민은행장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코넬 이사는 이어 "이같은 입장을 합병추진위 등에 충분히 알렸다" 며 "골드먼삭스는 합병 은행의 여러 주주 중 하나지만 최종적으로 의견을 결정해야 할 경우 투표권을 행사하겠다" 고 덧붙였다.

그는 "골드먼삭스는 외환위기 직후 한국이 어려울 때 가장 먼저 5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고, 세계의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택은행 관계자는 "행장 선임은 합병추진위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한쪽 당사자의 희망사항에 대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고 말했다.

한편 한미은행의 지분 40.1%를 보유하고 있는 칼라일 그룹도 신동혁 현 행장을 퇴진시키고 새 행장을 추대하는 등 경영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申행장은 이날 "지난해 말부터 칼라일측과 이사회 의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방안 등 조직구조 개편에 대해 논의해왔다" 며 "한미은행의 발전과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행장직에서 사퇴하겠다" 고 말했다. 申행장은 "칼라일측이 이미 나에게 젊고 유능한 금융전문가 2명의 명단을 행장 후보로 알려왔다" 고 덧붙였다.

申행장은 곧 이사회를 열어 행장직 사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며, 이에 따라 임원들이 상당수 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현철.하재식 기자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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