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물 백신’에 230억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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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구제역 예방을 위해 수입한 백신 일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물 백신’에 정부가 쓴 예산은 201억원이다. 농가 부담까지 합치면 약 230억원이 허투루 쓰인 꼴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3일 건국대·한돈협회 등과 함께 실시한 구제역 백신 항체 형성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인 두 개 제품 중 독일 인터베트 제품의 항체 형성률은 26%(돼지 기준) 이하로 나타났다. 다른 회사 제품은 이 비율이 64~98%였다. 소에서는 두 제품 모두 95% 이상의 항체 형성률을 보였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문제의 백신을 소·돼지 1415만 마리에 접종했다. 수입·유통 등에 들어간 정부 예산은 201억원에 이른다. 전체 백신 예산의 22%를 문제가 있는 백신을 사는 데 쓴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해당 백신의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김병한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과장은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에선 항체 형성률이 87.5%였다”며 “제조사에 원인 규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항체가 생긴 어미 돼지가 낳은 새끼 돼지에 접종한 백신이 제 기능을 못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물질이 충돌 현상을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2010년 크게 번졌던 구제역은 지난해 4월 이후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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