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0억원 어디에 쓰지 … 대구시의 색다른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지난달 28일 대구시 체육진흥과가 개설한 계좌에 뭉칫돈이 입금됐다. 액수는 510억원. 재단법인인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해산하면서 잔여재산을 넘긴 것이다. ‘법인을 해산할 때 잔여재산은 대구시에 귀속하고 체육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는 조직위 정관 44조 규정에 따른 것이다. 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국비·시비와 사업수입 등 2201억원을 마련해 대회시설 및 운영경비로 1691억원을 사용했다. 510억원의 흑자(잉여금)를 낸 것이다. 부채가 2조4000억원에 이르는 등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대구시로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시가 이 돈의 사용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모처럼 생긴 거금을 ‘체육’ 분야에만 쓰는 것은 비효율적이란 판단에서다. 시는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잉여금을 신축성 있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벌써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은 잉여금 중 일부의 출연을 바라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인이 대회 당시 식전·식후 행사와 각종 미술 전시회 등을 맡아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한몫했다는 점을 든다. 김정길 대표는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끝난 뒤에도 잉여금 중 150억원을 출연한 적이 있다”며 “시민이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문화분야에도 일부를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구야구장을 짓는데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시의회 김의식 의원은 잉여금 사용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야구장은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시설로 100년을 내다보고 지어야 한다”며 “사업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만큼 야구장 건설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야구장 진입로 개설 등 각종 기반시설 구축에 투입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문화체육관광부다. 문화부는 현재 건립 중인 대구육상진흥센터의 남은 건축비(100억원)와 운영비로 쓰자고 한다. 육상대회에서 남은 돈은 육상 발전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육상진흥센터가 국가시설인 만큼 정부지원금으로 짓고 운영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시는 2003년 유니버시아드대회 사례를 내세운다. 당시 조직위 정관에는 잉여금을 ‘대학 스포츠 발전에 사용한다’고 했지만 만촌자전거경기장 리모델링(21억원), 경북도 공익법인 지원(150억원), 대구문화재단 출연금(150억원) 등으로 전용했다. 시는 일단 문화부를 설득할 계획이다. 잉여금의 처분권한은 대구시에 있지만 앞으로 각종 국비지원사업 등을 고려하면 문화부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는 다음달 말까지 잉여금 활용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시민과 시의회·체육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돈의 사용 분야와 금액을 정할 방침이다. 이 돈은 내년도 예산에 포함돼 집행된다. 한만수 대구시 체육진흥과장은 “돈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