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있는 마을’이 부자 된다 ⑥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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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암민속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두부를 만들기 위해 콩물을 끓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4일 오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외암민속마을.

 아산시내에서 국도 39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4㎞쯤 달리면 닿는 이 마을은 조선 중기 예안 이씨(李氏)가 형성한 집성촌이다. 500년 전 기와집과 초가집 형태를 간직하고 있는 55가구에 모두 192명이 거주한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200㎡의 농촌체험관에선 관광객 40여 명이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끓인 뒤 비지를 걸러내고 있었다. 콩물에 간수를 섞어 응고시키자 전통 방식의 두부가 완성됐다. 강선석(47·서울 강북구)씨는 두부를 떼어서 맛을 보고는 “와, 고소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민속마을은 체험관광객 300명으로 붐볐다. 떡메 치기, 한지 만들기, 감자 캐기 체험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 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 한 해에만 4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4만 명은 주민들이 각기 운영하는 40여 개의 농촌체험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프로그램 2개 체험과 점심식사에 2만원을 받는다. 20여 가구는 민박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주민들은 본업인 농사 소득 외에 가구당 연간 1000만원가량의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주민 이군직(47)씨는 “민속마을 체험이 돈 벌어주는 효자”라고 말했다. 사실 외암마을은 2000년대 초만 해도 불만만 잔뜩 쌓여 있던 곳이었다. 당시 정부로부터 문화재(중요민속자료 236호)로 지정되는 바람에 건물 개·보수도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준봉 민속마을 보존회장은 “당시엔 민속마을 지정이 아무런 보탬이 못됐다”고 기억했다.

 마을의 변신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마을 이장인 이규정(50)씨의 아이디어와 주민 노력이 합쳐졌다. 이씨는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의 처가였던 건재고택(建齋古宅· 중요 민속자료 233호) 등 옛집과 돌담길(5.3㎞), 물레방아 등 마을의 볼거리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이씨는 그해에 10여 가구 주민과 농산물 수확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000여 명이 마을을 찾았다. 이듬해인 2004년엔 농림수산부로부터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2억원을 지원받아 농촌체험관을 지었다.

 적극적인 마을 홍보에도 나서 2005년 서울·경기 1500여 개 초등학교에 마을 안내 책자(12쪽)를 발송했다. 매년 수도권 지역 100여 개 초등학교를 찾아 “체험학습 장소로 우리 마을을 찾아달라”고 홍보했다. 홍보 비용(연간 3000여만원)은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마을 청년회장 이준노(41)씨는 “발품을 팔아 홍보한 게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2005년엔 주민 20명이 자본금 500만원을 모아 영농조합을 설립했다. 주민들이 체험 프로그램 이익금의 10%를 조합비로 내고 조합은 고객 관리를 책임진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관광객들에게 마을 소식을 수시로 전하고 매년 300∼500명을 추첨해 지역 농산물을 보내준다. 외암마을영농조합 김한경(33) 사무장은 “마을이 활기를 띠면서 요즘 귀농 관련 문의전화가 일주일에 2∼3건씩 걸려온다”고 말했다.

아산 외암민속마을

▶위치 :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인구 : 55가구 192명(65세 이상 62명·32.3%)
▶주 수입원 : 체험프로그램, 민박집 운영
▶ 주요 체험 프로그램(40여 개) : 한지·두부·호박밥만들기, 농작물(감자·땅콩·옥수수·벼) 수확, 떡메치기, 민속놀이 등
▶연 수입액 : 5억5000만원(가구당 1000만원)
▶방문객(2011년) : 약 40만 명
▶주요 축제 : 짚풀문화제(10월), 장승제(음력 1월 14일)
▶주변 관광지 : 온양·도고·아산온천, 현충사
중앙일보·농림수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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