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U턴 , 200만원 쭉 ~ 삼성전자에 길을 묻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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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미국 법원이 애플이 제기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에 삼성전자가 급락했다.

 2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25% 떨어진 117만4000원에 마감했다. 2분기 실적 우려에 따른 외국인의 매물 ‘폭탄’으로 113만원대까지 급락하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많이 빠졌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120만원대로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반등 후 상승세를 이어간 지 닷새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며 다시 120만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지지부진한 현 장세에서 투자자의 관심은 6일 발표될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잠정치 발표에 쏠려 있다.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리는지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이 가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은 당초 기대했던 영업이익 7조원에는 못 미치겠지만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은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찬사 일변도였던 증권가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한화증권은 2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200만원에서 185만원으로 내렸다. 이 증권사 안성호 연구원은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은 영업이익 6조7500억원을 예상한다”며 “7조원 돌파는 잠시 뒤로 미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7조원대에서 이미 6조7000억원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6조7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만 확인되면 시장은 실망보다는 오히려 안도감을 찾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실적 하향 조정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내린다”고 밝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늘을 찌르던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한화증권에 앞서 하향 조정한 건 한국투자증권이었다. 한투증권은 지난달 19일 ‘눈높이를 낮추자’는 보고서를 내며 기존의 목표주가를 195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내린 바 있다. 당시 서원석 연구원은 “반도체 실적 개선이 지연되는 데다 세계 수요 둔화 등을 고려해 목표주가를 낮춘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목표주가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비관적 견해를 보였다. 강정원 연구원은 “주가 신뢰가 훼손돼 단기간 급반등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지만 증시에서는 여전히 삼성전자에 대한 낙관적 시각이 우세하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주 전도사’로 삼성전자를 편입해 화제가 됐던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운용 부사장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쇼핑 기회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부분의 운용사가 다 꽉 채워서 삼성전자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차익 실현 목적으로 팔다 보니 받아줄 데가 없어 주가가 일시 조정된 것”이라며 “실적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또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 볼 때 연간 영업이익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20조원만 나온다 해도 주가수익비율(PER)이 8~9배에 불과해 매우 저평가된 수준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구재상 미래에셋 부회장도 “삼성과 애플은 공생관계”라는 설명으로 삼성전자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삼성의 양강 구조”라며 “애플이 시장점유율을 무리하게 높이기 위해 제품 단가를 획기적으로 내리지 않는 한 이 구도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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