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당분간 반등 힘들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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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사흘 동안 50포인트 이상 급락하며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온 550과 530선이 차례로 깨졌고, 연초 이후의 오름폭이 대부분 상쇄됐다. 코스닥 지수도 두달여 만에 60선대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하락세가 멈추려면 미국 증시의 급락과 엔화 약세 등 해외 요인의 안정이 필수적이지만 국내적으로도 현대 문제를 포함해 일관된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팔자 공세가 현대 계열사에 대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국내 증시는 정보기술(IT) 등 첨단 업종의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 미국 나스닥과 동조화 경향이 강하다" 며 "미국 금리가 큰 폭으로 내리지 않을 경우 월말까지 반등하기 힘들 것" 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 박용선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말 바닥 지수인 500~520선에서 지지선이 형성된 뒤 옆걸음을 칠 것" 이라며 "해외 악재가 해소되기 전에는 연초와 같은 급반등은 쉽지 않다" 고 진단했다.

한편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의 하락으로 원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지만 우려할 정도로 급락하진 않으리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3일 원화가치는 오전 한때 전날보다 8원이 떨어지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안정을 찾았다.

원화가치는 이달 들어 2.5% 하락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 하락으로 지난해 말보다 5% 급락한 엔화가치에 비하면 절하폭이 작다. 외환 전문가들은 미국 나스닥 지수 폭락에 이은 국내 증시의 불안과 일본 경제의 침체 등 원화가치가 하락할 요인은 있지만 더 떨어져도 1천3백원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 주식시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외국환평형채권 가격은 오름세를 탔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외평채 10년물 가격은 1999년 말 1백5. 39에서 지난해 말 1백7. 97로 올랐으며 1월 말 1백10.63, 2월 말 1백10.96을 기록했다. 외평채 발행 가산금리(10년물)도 12일 현재 2.06%포인트로 98년 4월 3.55%포인트보다 줄었다.

일본의 3월 위기설과 관련, 걱정했던 일본계 자금 이탈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11대 은행의 차입금 상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일본계 자금의 2월 중 차환(借換)비율(만기도래 외채 중 만기연장 및 신규차입한 비율)은 67.6%로 전체 외화자금의 차환비율(52.8%)보다 높아 별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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