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희귀한 축구 물품은 다 모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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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오줌보로 만든 조선시대 축구공, 갖바치가 쇠가죽을 늘여 만든 축구화, 말로만 듣던 새끼줄 축구공….

이재형(40.월간축구 베스트일레븐 기획부장)씨는 온갖 희귀한 축구 물품을 모으느라 젊음을 보낸 사람이다. 초등학교 시절 축구를 한 그는 집안 사정으로 운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축구자료를 한점 두점 수집하기 시작했다.

30대 초반에 사업으로 돈을 번 뒤 국내외를 샅샅이 훑으며 지금까지 모아온 축구 물품은 무려 1만여점. 이것들을 사들이는 데 쓴 돈은 줄잡아 2억원에 달한다.

그의 소장품 가운데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8강에 오른 북한 대표팀이 신던 축구화, 북한축구협회 공식 페넌트, 평양체육대학에서 펴낸 축구교본 등 북한 관련 물품도 50여점이 넘는다. 李씨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맞춰 '남북 축구 단일팀 기원 남북한 축구 역사전' 을 열 생각이다.

그는 또 오는 7월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컵 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에 소장품을 전시해 2002년 한.일 월드컵 홍보에 일조할 계획이다.

북한 관련 물품은 주로 중국 톈진의 고물상을 통해 구입했다. 1960년대 북한 대표팀 축구화는 한 켤레에 5백달러를 줬다. 국내에서는 축구 원로들의 집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마흔이 되도록 장가갈 생각도 않고 '물건' 을 찾아 돌아다니는 아들을 보고 李씨의 부모는 "축구에 중독됐다" 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99년엔 불이 나 집이 다탔다. 하늘이 도왔는지 바로 며칠 전에 소장품을 근처 창고로 옮겨놓는 바람에 '한국 축구의 역사' 는 한 점도 손상을 입지 않았다. 李씨는 해외 전시를 계기로 이들 소장품을 보험에 들 생각이다.

"한국축구박물관을 짓는 게 평생의 꿈" 이라는 李씨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겐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고 외국인들에게는 월드컵에 5회 연속 출전한 한국 축구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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