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다저스, '셰필드 내쫓을까, 껴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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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헌들리, 드본 화이트, 토드 홀랜스워즈, 라울 몬데시, 에릭 영, 페드로 아스타시오, 데이브 믈리키, 노모 히데오, 마이크 피아자, 찰스 존슨, 호세 비즈카이노, 토드 질, 폴 코너코, 로저 시데뇨. 이들의 공통점은?

정답은 최근 3년 이내에 다저스를 거쳐간 선수라는 점이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페드로 마르티네스도 포함된다. 이들이 모두 다저스에 남아 았다고 가정해 본다면 다저스는 가히 올스타팀에 버금갈 정도로 화려하다.

앞에서 언급한 선수 명단에 '개리 셰필드'도 이름을 올릴 것인가?

셰필드는 그의 연장계약 혹은 트레이드 요구 때문에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논란의 대상이었다. 다저스는 셰필드의 연장계약 요구를 거부했고, 몇몇 팀을 상대로 트레이드에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ESPN에 보도된 내용에 의하면 셰필드는 "현재의 계약을 준수하고 올 시즌을 다저스와 함께" 하기로 마음을 되돌렸으며, 그 동안 심려를 끼친 "모든 이들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강력히 요구했던 그가 방향을 급선회하고 팀 잔류를 선언하게 된 배경은 그의 오랜 친구로 최근 드본 화이트와 맞바꾼 마키스 그리섬을 비롯한 팀 동료들의 설득 때문이라고 한다.

셰필드 본인은 팀 잔류 의사를 표명했지만 문제는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다저스 구단 관계자들은 현재 뉴욕 양키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등과 그의 트레이드를 논하고 있다고 한다. 애틀란타와는 브라이언 조던, 존 로커 카드가 오가고 있고, 뉴욕 양키스와는 소리아노 카드가 제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저스는 구단측과 마찰을 겪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엄격한 처분을 내려 온 최근 전례에 비쳐 셰필드의 백기투항이 팀 잔류를 보장할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서 연봉 총액 1위팀으로 1억천만 달러를 상회한다. 셰필드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팀내 갈등과 엄청난 돈다발을 들이고도 수년간 포스트시즌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는 팀 성적이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갈등은 어디에도 있는 법이다. 상호간에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팀 단결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다저스의 경우 격의 없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미운 털 박힌 선수 내쫓기 식' 트레이드를 선호해 왔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뉴욕 양키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등은 선수 개개인의 능력 못지 않게 끈끈한 응집력을 보유한 팀들이다. 전문가들은 다저스가 부진을 거듭하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팀 응집력 부족이라는 지적한다.

비효율적인 '막무가내' 식의 트레이드와 미운 선수 '내쫓기'에 급급한 트레이드로 팀 주축선수들이 해마다 물갈이되는 다저스가 응집력을 보여주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셰필드 본인이 팀 잔류의사를 내비친 이상 이제 결정은 구단 고위층의 결정에 달려 있다. 그 동안 트레이드에 의존해 온 선수운영 방식을 이번에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예전과는 달리 '선수 껴안기'로 어지러운 팀 분위기를 수습할지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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