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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마켓워치] 다시 맞은 어닝시즌 … 유럽 위기 헤쳐갈 ‘실적 단비’ 내릴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위기에 아무리 시달려도 시간은 간다. 어느덧 2분기의 마지막 날이다. 만성적 위기 앞에서 경제의 장기 불황은 이제 대세로 받아들여진다. 주식 투자자들이 불황을 무서워하는 것은 기업의 실적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진 불황이 와도 내가 투자한 회사의 실적만 좋다면 뭐가 걱정이겠는가. 실제 그런 기업도 있다. 불황에 강한 1등 기업들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하이엔드’ 제품을 가진 기업은 오히려 불황을 즐긴다. 2% 부족한 제품으로 뒤쫓아오던 2등, 3등 기업들이 불황기엔 추풍낙엽처럼 나뒹군다. 그들이 재기하기까지 1등 기업은 독무대를 즐긴다.

 요즘 적잖은 미국 기업들이 그렇다. 유럽과 중국 경제가 뒤뚱거리는 와중에 글로벌 선두 경쟁력을 갖춘 미국 기업들이 좋은 실적을 뽐낸다.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미국 증권업계는 분석한다. 미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이유다. 한국에도 그런 기대를 모은 기업이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다. ‘전차군단’으로 불리는 두 회사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승승장구하며 증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5월 이후 유럽계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다시 어닝시즌(실적 발표기)을 맞는다. 보름 안에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나온다. 유럽발 위기가 고조됐던 상황임에도 좋은 실적을 냈다면 시장은 반색할 것이다. 관심은 역시 대장 종목인 전차군단으로 집중된다. 증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의 생각은 낙관적이다. 외국인들이 던지는 주식을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거둬들이는 이유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좋을 것으로 추정한다. 위기의 와중에 장사를 더 잘했다는 얘기다. 1등 기업의 힘이다.

 먼저 삼성전자. 시장의 컨센서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6조7000억원에 달해 전분기보다 13% 늘어났다는 쪽이다. 매출도 50조원으로 12% 증가했다고 본다. 나아가 3분기 중 영업이익은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진짜 그렇다면 싼값에 주식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지금이 저가 매수의 기회인 셈이다.

 현대 차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1조원과 2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은 9조4500억원에 달해 지난해보다 17%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역시 주식을 사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행복한 시나리오다. 전차군단이 움직이면 시장 전체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다. 때마침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도 일고 있다. 근본 해결책은 요원하겠지만 시장도 이미 기대치를 잔뜩 낮춰놓은 상태다. 유럽 위기에 대한 일시적 안도와 괜찮은 기업 실적 발표가 어우러지면, 시장은 작은 서머랠리를 펼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서두를 일은 아니다. 차분히 실적을 확인한 뒤 움직여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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