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절름발이 개와 주인의 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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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을 씁시다' '서편제' 등 심각한 주제를 다뤄온 작가 이청준(62) 씨가 오랜만에 내놓은 장편동화 『떠돌이개 깽깽이』는 구성력이나 내용의 사려깊음에서 남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사실감있는 섬세한 선묘(線描) 위에 물감을 입힌 윤문영씨의 삽화 역시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떠돌이개 깽깽이』의 주인공은 이씨가 4년 전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절름발이 애완개가 모델이다.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초등학생인 윤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던 황갈색 털복숭이 초롱이는 윤지 아빠 회사가 부도가 나 이사를 가면서 혼자 남겨진다. 절름발이인데다 떠돌이가 된 초롱이는 사람들로부터 조롱과 발길질을 받으며 '깽깽이' 란 별명을 얻는다.

그러나 주인이 다시 찾으러 오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경로당 화장실에 숨어살던 중 우연히 도둑을 잡는데 일조하면서 초롱이의 사연이 언론에까지 알려진다. 마침내 초롱이는 윤지네를 다시 만나게 되고 세 마리의 새끼까지 낳는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다.

작가는 후기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녀석의 처지와 살아가는 모습에서 사람들과 다름없는 외로움과 슬픔을 보았다. 버림받은 데 대한 노여움도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인에 대한 그리움과 그를 다시 만날 희망, 기다림을 우리도 녀석과 함께 해주고 싶었다. "

이런 점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 미만의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어렵겠다는 느낌을 준다. 또 초롱이가 발정기에 달한 수캐와 짝을 짓는 장면 등에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묘사한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반면 초롱이가 교통사고로 참혹하게 죽은 고양이 친구를 발견하는 대목은 다소 지나친 묘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쨌든 이 책은 1960년대 말『사상계』로 등단한 직후『별을 기르는 아이』란 동화집을 내기 시작, 그동안 「선생님의 밥그릇」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 「재미있는 판소리 동화」 시리즈 등을 발표해온 이씨가 다시 한번 아동문학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됨직하다.
(이청준 글/ 윤문영 그림/ 다림/ 6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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