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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총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9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32기정기주총은 시작 전부터 입장을 놓고 마찰을 빚은데 이어 주총에서도 소액주주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진통이 계속됐다.

0...이날 주총장에는 오전 7시께부터 주주들이 몰려들어 오전 9시 시작 이후에도 100여명이 입장을 못하고 길게 줄을 서는 상황을 연출했다.

회사측은 위임장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인감증명을 갖고 오지 않은 주주들의 입장을 불허해 한때 욕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남편을 대신해 온 한 주부는 "위임장이 필요하다면 사전에 고지를 해야 하는 것아니냐"면서 "다른 주총장에도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불평했다.

0...의사진행을 놓고도 윤종용 부회장과 주주들이 한때 이견을 보였다.

윤 부회장은 모두에 `부탁말씀'을 통해 "발언시간을 2분으로 제한하겠다"면서 "일부 주주들이 미리 질문을 한 만큼 먼저 설명을 할테니 개인적으로 궁금한 사항은 나중에 서면으로 문의하면 답변해 주겠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특히 98년에 13시간30분, 99년 8시간 등에 걸쳐 주총을 했다고 전제한 뒤 "이번에는 성과도 많이 냈으니 세련되게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면서 신속한 진행을 시사했다.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먼저 질문서를 보낸 것은 충실한 답변을 기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별 질문마다 답변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0...맨 처음 질의를 시작한 소액주주는 배당을 500%로 하라고 요구하면서 삼성전자의 손익계산서 항목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 주주는 "주주소집통지서에 따르면 배당금이 50%로 돼 있는데 시가의 0.12%밖에 안되는 만큼 수정해야 한다"면서 "연구비 등이 1조6천억원이고 기부금이 1천700억원 되는데 회사 운영이 되겠냐"고 따졌다.

윤 부회장은 이 주주의 질의가 길게 늘어지자 "결론만 2분내로 얘기하라",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다른 한 주주는 "어떻게 R&D(연구개발) 투자를 하지 않고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겠냐"며 회사측 입장을 지지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 주식을 25년간 보유했다는 소액주주는 "주총은 페스티벌인데 이렇게 하면 소란과 비극의 장이 될 수 있다"면서 "고희를 넘겼지만 과거 상장회사 임원으로 일할때 총회꾼 때문에 시달린 암울한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주가가 떨어진 것은 우리만 그런게 아니라 모토로라도 50% 가량 떨어지고 소니도 4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연 설명했다.

0...윤 부회장이 오전 9시30분께 1호의안인 재무제표 승인건을 "박수로 통과시키자"며 의사봉을 두드리자 참여연대 등 소액주주의 반발로 회사측과의 공방이 30분가량 이어졌다.

장하성 교수는 "이의 제기가 있는데 어떻게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가 박수로 통과시키냐"면서 이의를 제기했고 윤 부회장은 "지난번에도 마지막에 1시간 가량의 질의 시간을 줬으니 이번에도 표결을 먼저 하고 질문은 나중에 하자"고 요청했다.

참여연대 김귀식 정책실장은 "주총은 머릿수로 하는게 아니라 주식의 숫자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삼성차부채 처리문제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또 윤 부회장이 김 실장의 질의가 이어지자 "정회할테니까 나하고 붙자"고 불쾌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자 김 실장이 "왜 반말을 하냐"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한 주주는 "이제 삼성전자 주총에도 선진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김현준.정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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