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협력 논란 끝에 첫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이 29일 오후 체결된다. 조병제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8일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9일 오후 협정 서명이 가능할 것”이라며 “서명은 일본 도쿄에서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과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 사이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 일본과의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체결에 대해선 “여러 검토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체결 시기를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년6개월간 일본과 협정 체결을 두고 협의한 결과 국내 여론과 한·일 관계를 고려해 정보보호협정만 맺고 상호군수지원협정은 보류키로 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과거 공산권 국가였던 러시아·폴란드·루마니아 등 24개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다. 일본은 25번째다.

 이를 놓고 국내에선 절차에 대한 논란이 번지고 있다. 단초는 정부가 제공했다. 정부는 지난달 국회와 국민여론을 수렴해 협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킨 데 이어 사흘 만에 서명을 마무리하며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익명을 원한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에 이어 핵과 미사일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본과의 정보교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기본적으론 악화된 대일 여론이 걸림돌이다. 일본이 위안부·독도·교과서 등 과거사 문제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들의 요청에 응해 군사협력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다. 주로 야권과 사회단체들의 주장이다. 광복회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협정 체결안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정치권도 정부의 추진 방식에 불만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28일 “정부는 약속대로 국무회의 의결을 보류하고 국회에서 논의해 결정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박 원내대표와 면담하면서 “국회와 협의 후 추진”을 약속했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일반적인 한·일 관계의 특수성과 안보이익은 분리해 볼 필요가 있고, 국회가 열리지 않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이미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외교안보통 의원 10여 명에게 설명했으며, 이때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며 “국회가 언제 열릴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처리했다”고 했다.

 서명식 이후 정치권은 이 문제를 계속 쟁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과거사 문제에 일본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또 국내 여론이 반일감정과 국익을 분리해 인식하지 않는 한 한·일 군사협력이 본궤도에 오르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