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은 멕시코 ‘캐시카우’… 한 해 494억 달러 거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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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멕시코, 신에게선 너무 멀고 미국과는 너무 가깝다.” 프로피리오 디아스 전 멕시코 대통령의 이 유명한 구절은 마약 카르텔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멕시코의 지정학적 위치를 대변한다. 콜롬비아 등 마약 생산지와 미국으로 대표되는 마약 시장 사이에 위치해 천문학적 중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탓이다. 콜롬비아에서 2000달러를 주고 산 코카인 1㎏이 멕시코로 건너오면 1만 달러가 되고, 미국 국경을 넘는 순간 3만~10만 달러로 가격이 뛴다. 멕시코 마약산업은 연간 거래 규모가 494억 달러 로 추산되는 캐시 카우다.

 문제는 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폭력의 일상화다. 2006년 마약과의 전쟁 시작 이후 투입 병력은 6500명에서 4만5000명으로 늘었다. 무고한 피해자도 늘었다. 지난 한 달간만 3건의 집단 살인이 벌어졌고, 팔·다리·머리가 잘려 나간 시신 90구가 전시됐다. 현장에 남겨진 ‘Z 100%’라는 문구는 마약 카르텔 ‘제타스 ’가 라이벌 ‘시날로아 ’에 보내는 보복의 메시지다. 안보 전문가 알레한드로 오페는 “그들은 이권 다툼에서 이기기 위해 더 잔혹한 명성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멕시코의 양대 카르텔로 군림하며 보복을 일삼는 시날로아와 제타스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조직 시날로아의 보스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 차포’)은 육로가 막히면 조종사를 고용해 하늘 길을 뚫고, 건축가를 동원해 터널을 뚫는 등 기발한 방식으로 위기에 대처해 왔다. 걸프 카르텔의 보디가드로 시작해 2010년 독립한 제타스는 보다 공격적이다. 유괴·암살·강탈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특징이다. 1989년 멕시코 정부가 마약왕 펠릭스 갈라르도를 체포하자 후계자 싸움으로 조직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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