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전 계열사 비상경영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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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신동빈(57)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신 회장은 이날 롯데백화점 경기도 평촌점에서 사장단회의를 열고 어려운 경제상황에 대비해 전 계열사가 비상경영에 들어갈 것을 주문했다. 사장단회의에는 그룹 국내외 48개 계열사 대표와 롯데정책본부 임원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하반기 경제전망, 주요 사업의 진행 경과 및 계열사 사례 발표 등이 있었다.

 신 회장은 “지금은 극도로 불안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반기에는 어떤 상황이 우리에게 닥칠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방심하지 말고 가장 나쁜 상황(worst case)에 대비해 달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의 이날 발언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점점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호남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3조85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1분기보다 62%나 줄었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해에는 매출이 11.9% 늘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1~5월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2.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롯데마트는 더 심각하다.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1.5% 줄었다. 특히 한 달에 두 번씩 일요일에 문을 닫는 의무휴무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면서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는 전 계열사에 비상경영 시스템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원가는 물론 비용절감 계획을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한 실천방안을 만들 계획이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는 정확한 투자심사분석을 도입한다. 신 회장은 “투자심사분석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프로젝트별로 단계별 투자 계획을 세워 잘못된 판단일 경우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exit plan)도 함께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또 해외진출 식품회사는 적극적인 선도상품 육성, 유통기업은 상품 구색과 통합 매입 비중 확대, 유화기업은 공장가동률과 생산효율 제고를 지시했다.

 ◆다른 대기업도 비상경영 나서=비상경영은 롯데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유럽 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산 원유수입 전면 중단, 전기요금 인상 같은 대내외 악재 요인도 산재해 있다. 한화그룹은 이미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비상경영 상태다. 계열사별로 마케팅·관리비 등을 20%씩 줄이고 현금흐름이나 대내외적 위험요소에 대한 관리에 들어갔다.

SK그룹도 하반기 실적이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SK그룹 관계자는 “극심한 소비침체로 통신이나 정유 시장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경영환경이 추가로 악화되면 올해 사업 목표와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하반기에도 내수 침체가 계속되고 중국과 인도 시장 성장세도 주춤해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출 호조로 상반기 매출이 13~14%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는 물론 세계시장도 자꾸 얼어붙고 있어 외부에 공표하지 않아서 그렇지 대부분의 기업이 내부적으론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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