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풍경] 삼각지 생태매운탕 '한강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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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생태.동태.코다리.황태.북어….

우리가 먹는 음식물 가운데 명태만큼 다양한 이름을 가진 것도 드물다. 예로부터 제철이 아니더라도 얼리고 말려 다양하게 먹다 보니 그 상태에 따라 붙인 것일 게다. 이름에 따라 각기 독특한 맛이 있지만 명태의 제맛을 느끼려면 뭐니뭐니해도 생태가 으뜸이다.

서울 용산구 문배동 삼각지 고가 아래에 있는 '한강집' 은 생태 매운탕(일인분 9천원)으로 서울 시내의 '한 입' 한다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교통도 불편하고 허름한 음식점인데 점심시간이면 북새통이다.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비워야 할 정도다.

할 수 없이 문밖을 나서면서도 부드러운 생태 살점과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맛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입맛을 다셔 보지 않을 수 없다.

생태 매운탕은 우선 생태가 좋아야 하는 데 이 집 생태는 끓는 도중에 잘못 건드리면 살점이 다 부스러질 만큼 신선하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새벽 경매가 끝나기 무섭게 최상품을 챙겨다 쓴다고 한다. 잘 익은 애(간)와 곤이도 씁쓸하고 고소한 특유의 맛으로 잃었던 입맛을 돋운다. 쭉쭉 소리내 빨고 훑는 생태머리도 감칠 맛이 있다.

생태 매운탕은 역시 국물 맛. 한술 한술 입에 넣을 때마다 코끝에 땀방울이 맺히면서 숙취가 확 풀린다. 국물을 내는 비결은 대하.꽃게 등 해산물 14가지를 밤새 팔팔 끓여 만든다는 육수.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는 이유도 육수에 숨어 있다고 귀띔한다.

여기에 고추장을 풀고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어 얼큰하게 만든다. 또 민물 새우와 모시조개가 들어가 시원한 국물 맛을 더하는데 한 몫 한다.

특히 이 집의 매운탕에는 다른 곳에서 흔히 쓰는 미나리와 콩나물이 없다. 대신 무.대파.양파가 넉넉하게 들어있다.

또 주인이 손수 만든 두부를 길쭉하게 썰어 넣어 끓인다. 생태탕과 함께 나오는 밥은 콩밥. 손님들이 들이닥칠 시간에 맞춰 지어내 윤기가 흐르고 찰지다.

밑반찬으론 김치.깍두기.김 세 가지 밖에 안되지만 매운탕 푹 빠져 젓가락이 갈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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