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가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 지켜본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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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시스템 고치기: TED글로벌 2012 둘째 날 이모저모

[사진= 제임스 던컨 데이비슨(James Duncan Davidson)]

고장 나지 않았다면 고치지 말라는 오래된 속담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전하기 위해 온 강연자들이 모여 있는 연례 콘퍼런스 TED글로벌 2012의 둘째 날, 강연자들은 세상에는 고쳐야 할 것이 많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오늘의 강연자들은 기이한 모습으로 서로 더욱 연결되어 가고 있는 현 사회의 애매모호한 영역들에 대해서 파고들어갔다. 그 범위는 전화국이 수집한 고객 관련 데이터로부터 우리가 정신질환을 대하는 태도, 현존하는 장벽들, 줄기 세포 연구에까지 이르렀다.

네 번째 세션의 첫 연사로 나선 '월드 3.0(World 3.0)'의 저자 판카드 게마와트(Pankaj Ghemawat)는 자신이 만든 "글로벌로니(Globaloney, 세계화(global)와 헛소리(baloney)라는 말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를 천명하는 것으로 아침을 열었다. 게마와트는 세계가 평평하고 국경은 점점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일반적인 믿음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데이터는 예상과 달랐다: 국제적으로 음성통화를 하는 시간이 얼마쯤 될 것 같은가. 2%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적은 수치이다. 세계 인구 중 1세대 이민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고작 3%에 불과하다.

게마와트는 이러한 통계를 공유하며 우리가 하나로 연결된 세계에 살고 있다는 아이디어는 잘못된 믿음이라고 일축한다. 게마와트는 세계가 평평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불안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의사소통을 단절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례로 미국인들이 미국 연방 예산의 해외 원조 비율이 30% 이상이라고 짐작하는 반면 실제로는 단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게마와트는 TED글로벌의 올해 주제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급진적인 개방성이라는 개념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매우 폐쇄적인 상태라는 걸 생각하면 점증적인 개방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더 극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개방성의 그늘"이라는 소제목으로 진행된 다섯 번째 세션은 불길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독일 정치가이자 운동가인 말테 슈피즈(Malte Spitz)는 빅브라더(Big Brother)의 존재 여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당신의 휴대전화 회사가 이미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슈피즈는 도이체텔레콤(Deutsche Telekom) 사에 본인에 대해 그들이 수집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문의했다. 회사 측은 답변이 없었고 그는 결국 소송을 제기해야 했다.

마침내 그는 6개월 간 자신의 행적을 3만5830 행의 코드로 담은 서류 봉투를 받을 수 있었다. 그가 그 정보를 재구성하자 본인이 누구에게 전화를 했는지 뿐 아니라 6개월 내내 그가 움직인 동선을 거의 대부분 담고 있는 시각 자료까지 만들 수 있었다. 관객들은 이 자료를 통해 이 데이터의 침입성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휴대폰은 여러분의 삶을 변화시키고 개인적 자유를 도울 수 있는 기기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그것이 담고 있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면 여러분이 살고 있는 사회를 통제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라고 슈피즈는 말했다.

곧, 언론인 레슬리 T. 챙(Leslie T. Chang)은 중국 공장에 거주하는 젊은 여성 노동자들에 관련된 연구를 공유했다. 그녀는 한 방당 15명의 노동자를 배치하고 무자비한 스케줄을 강행하는 형편없는 근로 조건을 언급했다. 챙은 이런 시각은 자기중심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방 세계의 관점에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동시에 실제 노동자들의 관점에서의 경험은 어떤 것인지를 가릴 수도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했다. 그래서 챙은 노동자 관점에서의 경험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저는 보기 좋게 꾸미지는 않았습니다. 그곳은 여러분이나 제가 일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 곳은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출신지 상황은 더 좋지 않습니다. 저는 다만 그들이 앞으로 가게 될 곳은 이보다 좋은 곳이기를 바랍니다."라고 챙은 말했다.

여섯 번째 세션이었던 "아름다운 비행(非行)"에서는 초점이 인체로 향한다 - 인간의 뇌에서 시스템이 고장 나면 어떻게 될까.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정신건강 관련 법률 전문가 에일린 삭스(Elyn Saks)와 우울증으로 인해 보호 시설에 머물렀던 코미디언 루비 왁스(Ruby Wax)는 정신 질환자들에게 찍힌 사회적 낙인에 대해 매우 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는 언제든지 다시 병원행이 될 수 있어요. 제 질병에 관련된 모든 것이 제가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전 여기 있네요." 라고 삭스는 말했다.

왁스는 과거 인류가 아드레날린 분비를 늘려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이런 내분비체계가 우리의 삶을 파괴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현 상황에 대해 이런 농담을 던졌다. "이렇게 우울한 말씀을 전하기는 싫지만 여러분의 애완 동물이 여러분보다 행복하다고 하네요."

뉴욕 줄기 세포 재단(New York Stem Cell Foundation)의 창립자인 수잔 솔로몬(Susan Solomon)은 뒤이어 제약산업에 대한 강연을 펼치며 최근의 신약 개발은 13년의 기간, 40억 달러의 예산, 99%의 실패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녀는 아직까지 많이 논의되지 않았던 줄기세포의 잠재적 쓰임새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는 줄기세포로 특정 인체에 맞는 약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의약품계의 현재 상황을 솔로몬은 이렇게 비유했다. "신발 가게에 갔는데 당신의 신발 크기를 묻지 않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판매원들이 그러는 거죠. '아, 발이 있는 손님이시네요? 자, 여기 신발입니다.'" 솔로몬은 현존하는 약을 포함해 훗날의 의약품이 줄기 세포 배열에서 시험을 거친 후 개인별 맞춤 약으로 조제되어 부작용을 피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했다.

일곱 번째 세션에서 연단에 오른 TED의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과 라라 스타인(Lara Stein)은 매년 세상에 영감을 전하기 원하는 이에게 수여하는 TED 상(TED Prize)의 상금이 100만 달러로 올랐다는 소식을 전했다. 원대한 꿈, 혹은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만들 수 있는 선지자의 모습을 상상하며 당신도 tedprize.org에 도전해보길.

글: 케이트 토르고브닉 (Kate Torgovnick)
번역: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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