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에서 종이를 먹어 삼키고…' 정체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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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이런게 있다. '노름에 미쳐 나면 처도, 즉 아내도 팔아먹는다'. 이런 경구를 귓등으로 듣고 흘려버리는지 도박에 찌들어가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심지어 컴퓨터로 도박은 하지만, 현장에서 판돈은 현금으로 주고 받는 소위 '하우스형 온라인 도박장'까지 등장했다.한적한 골목길, 한 상가 건물 지하실로 경찰이 들이 닥쳤다.

"손 빼! 뱉어!"온라인 도박장 업주 43살 최모씨가 증거를 없애기 위해 장부를 삼키려했다. 장부에는 게임을 한 사람들의 휴대전화 끝번호와 베팅 금액이 적혀 있다.적발 당시 도박을 하던 사람은 4명뿐이지만 같은 시간 온라인상에는 1000명 가량이 도박을 하고 있었다.도박장에 있던 4명이 2시간 동안 베팅한 금액은 1000만원. 이를 감안하면 한 도박사이트에서만 하룻밤 새 수십억원이 오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한 마디로 온라인 '맞고' 게임 하는 것과 똑같아요. 다만 서버 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실제 돈이 오간다는 거. 이게 다른거죠."라고 말했다. 온라인 도박은 오프라인 도박에 비해 접근하기가 쉬워 중독될 가능성도 훨씬 크다. 온라인 도박 업주 입장에선 2~3분의 짧은 게임마다 수수료를 떼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다.이용자는 게임의 승패와 상관없이 매 판돈마다 10%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100만원으로 10번 게임을 하면 전부 수수료로 날리게 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 4%가 하우스비, 즉 점주의 몫이다.

집에서 해도 충분한 온라인 도박을 하기 위해 굳이 도박장에 가는 이유는 뭘까.온라인 도박이 기승을 부리자 경찰은 인터넷 식별 주소, 즉 IP주소를 추적해 단속에 나섰다. 결과 방송인 강병규씨 등 유명인들의 온라인 도박 사실이 줄줄이 적발됐다. 이같은 추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PC방 형태의 불법 도박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다른 사람 명의로 개설된 대포폰을 이용하듯 인터넷 망 사용과 도박비용 결제 모두 익명으로 할 수 있게끔 진화하고 있다.경찰은 전국에 이같은 형태의 온라인 도박장이 수 천개인 것으로 추정하지만 대부분 컴퓨터 서버를 해외에 둔데다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실체 파악이 쉽지 않다.

도박장 운영자 최모씨는 " (메인 서버는) 중국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강남에는 몇 개?) 저도 잘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최씨 역시 PC방에서 한게임, 피망 맞고와 같은 온라인 도박 게임 중독자에게 접근해 은밀히 손님을 끌어 모으고 CCTV를 네 대나 설치하는 등 보안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였다.아르바이트생 김모씨는 " CCTV가 있어요. 저보고 (오는 사람들 얼굴을) 외우라고."라고 말했다. 온라인 도박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2006년 '바다이야기'란 게임이 철퇴를 맞으면서부터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면서 '바다이야기'에 몰려 있던 불법 도박자금들이 온라인으로 옯겨 간 것이다. 2008년 기준으로 온라인 도박 사이트는 640개, 도박 규모는 3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종환 강남경찰서 생활질서계장은 "온라인 도박이 점점 더 지능화되고 정교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단속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 점점 더 교묘하게 폐쇄된 장소로 사람들을 유인해서…."라고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독버섯처럼 퍼지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집중단속 했다. 하지만 고도화되는 도박꾼들의 수법에 법망은 무력할 뿐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심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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