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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에 고기 굽고 텐트서 하룻밤 … 낭만적인 그 곳 빌딩 숲이면 어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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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캠핑 열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오토 캠핑뿐 아니라 럭셔리한 캠핑을 위한 글램핑 같은 다양한 형태의 캠핑이 등장하고 있다. 도심에서도 별다른 준비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캠핑 체험 공간이 생겨 눈길을 끈다. 집에서 가깝고 특별한 장비를 갖출 필요 없으며 비용이 저렴해 가족캠핑 공간으로 좋다.

하이브랜드 주차장에 위치한 도심 캠핑장 ‘정글바베큐’. 고층 빌딩과 텐트촌의 조화가 이채롭다.

#1. 양재동 ‘정글 바베큐’=지난 22일 오후 8시. 고층 빌딩 사이에 늘어선 텐트촌에 불이 밝혀졌다. 바비큐 그릴 위에는 삼겹살과 쇠고기 등심, 해산물이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먹음직스럽게 익고 있다. 뒤쪽으로 펼쳐진 소나무숲에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아이들이 뛰놀며 장난치는 소리가 텐트촌을 가득 채웠다.

주부 정희경(39·강남구 역삼동)씨는 친정 어머니의 생신을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고민하던 끝에 캠핑을 가기로 했다. 캠핑장은 집에서 승용차로 15~20분 거리. 텐트도, 바비큐를 위한 장비도 챙길 필요가 없다. 즐길 마음과 몸만 준비하면 된다. 그의 가족이 도착한 곳은 서초구 양재동 하이브랜드의 지상 주차장에 있는 ‘정글바베큐’다.

3살배기 아이와 남편, 친정 부모, 그리고 오빠와 동행한 정씨는 “평소 야외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것을 좋아해 이곳 저곳 찾아 다니는 편인데, 새로 생긴 이색 명소라고 해서 왔다”며 “캐러밴 숙박도 예약해 색다른 1박2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문을 연 ‘정글바베큐’는 660㎡ 규모의 캠핑 체험 공간으로, 텐트와 바비큐 시설이 구비돼 캠핑장을 축소시켜놓은 듯한 모습이다. 침대와 소파·싱크대 등을 갖춘 캐러밴도 있다.

15여 명의 직장인이 모인 큰 텐트동에선 회식이 한창이다. 박희준(45·서초구 반포동)씨는 “직장 동료들과 캠핑 갈 일이 거의 없는데 이렇게 캠핑 분위기로 회식을 하니 분위기도 색다르고 동료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캠핑을 제대로 즐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왜 굳이 여기서 텐트를 치고 바비큐를 즐기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곳은 아직 캠핑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 캠핑 장비 구입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 멀리 떠날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공간이다.

이곳 지배인인 정글장 김종훈(41)씨는 “캠핑은 주로 가족 단위로 가게 되지만 이 곳에서는 직장 동료, 친구들과도 편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실제로 가족과 왔다가 친구, 직장 동료들과 함께 다시 방문 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지난 주 이 곳에서 고등학생인 아이들과 함께 바비큐를 즐겼다는 주부 정순영(42·강남구 신사동)씨는 “아이들 공부 때문에 캠핑은 물론 여행도 엄두를 못 냈었는데 가까운 곳에 이런 시설이 있어 너무 좋다”며 “여름 휴가 때도 이 곳에서 1박2일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캠핑에서 맛있는 먹을 거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바비큐 그릴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돼지고기와 쇠고기는 ‘경기도 G마크’를 받은 우수 축산물이다. 맥주와 치킨이 묘하게 결합된 비어치킨도 이곳의 별미다. 캠핑 이날 아침식사로 빼놓을 수 없는 ‘코펠라면’도 꼭 맛봐야할 메뉴다.

야외 바비큐는 오후 2시와 6시 두 차례로 나눠 예약 가능하다. 7·8월에는 더운 날씨 때문에 실질적으로 오후 6시 타임만 운영된다. 고기와 소시지, 버섯과 상추, 양념 등으로 구성된 기본 세트 메뉴를 주문한 후 고기를 추가 주문해 먹으면 된다. 성인 4인 기준으로 6~7만원이면 야외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

숙박은 평일 4인의 경우 5만원, 6인은 7만원. 주말은 각각 7만원, 10만원이다. 캐러밴과 텐트 모두 가격은 동일하다.

(위) 지배인인 ‘정글장’ 김종훈씨가 비어치킨을 들고 있다. (아래) 도심 캠핑을 체험하고 있는 정희경씨 가족. 저녁 식사로 바비큐를 즐긴 후 텐트 안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 역삼동 카페 ‘힐링616’=카페 안 텐트에서 힐링 디저트를 먹는 기분 역시 색다르다. 강남역 인근에 새로 생긴 디저트 카페 ‘힐링616’. 프리미엄 좌식카페를 컨셉트로 한 이 곳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운영되는데 그 중 지하 1층에는 보물 같은 공간이 숨어 있다. 텐트 체험이 가능한 힐링 공간이다. 가운데 8~10인용 텐트가 설치돼 있고 텐트 내부에는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 등이 구비돼 있다. “가끔 재미 삼아 친구들과 이 곳을 찾는다”는 대학생 김미란(22·강남구 삼성동)씨는 “캠핑을 가본 적이 없어서 텐트 안이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체험해 볼 수 있어 너무 재미있다”고 말했다. 푹신한 매트 위에 좌식 테이블과 방석 등이 놓인 프라이빗한 좌식 공간도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이 곳에는 파티쉐가 직접 구워내는 베이커리 가운데 ‘힐링’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메뉴가 있다. 이름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위안을 받게 되는데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전하는 느낌은 ‘힐링’ 그 이상이다. 커피를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힐링 홈메이드 프리 서비스 메뉴’는 이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디저트다. 몽블랑·미니스콘·봉봉 쇼콜라 등이 한 접시에 구성 되는데, 매일 조금씩 다르게 나와서 갈 때마다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3. 양재동 ‘시민의숲 바비큐장’=펜션이나 콘도에 가거나 캠핑쯤은 가야 야외 바비큐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집 근처 탁 트인 공원에서 바비큐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양재동 ‘시민의숲’에는 6개의 테이블과 그릴 등 기본장비가 구비된 바비큐장이 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숯·석쇠·장갑·음식 그리고 다음 사람을 위해 주변을 정리할 쓰레기봉투 등 소모품만 준비하면 된다. 바비큐에 필요한 물품은 공원 매점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므로 빠진 물품이 있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가 없다. 준비해 온 숯을 그릴에 넣기만 하면 바비큐장 관리인이 와서 직접 불을 붙여준다.

바비큐를 즐긴 후 산책로, 맨발공원, 조각공원 등을 걷다 보면 서울 도심이 아니라 잠시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종종 이 곳을 찾는다는 황윤정(38·서초구 양재1동)씨는 “마트에 들러서 고기와 야채 등을 사서 오기만 하면 돼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것보다 간편하다”며 “잠깐 동안의 식사 시간이지만 여행 온 듯 특별한 나들이 기분을 낼 수 있어서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주의할 점 한 가지, 주차장에서 바비큐장까지 5~10분 정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짐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이곳 바비큐장은 입소문이 나 주말 예약은 명절 기차표 예매 이상으로 힘들다. 하지만 예약 일자가 2주 후까지만 오픈 되므로 새 날짜가 오픈될 때에 맞춰 재빨리 예약에 도전하면 주말 바비큐 이용도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go.kr)에서 회원 가입 후 ‘공원이용안내→프로그램 예약→장소(시민의숲) 선택후 검색 클릭→가족바비큐장’에서 예약하면 된다. 예약을 하고 참석하지 않으면 페널티가 있으므로 예약 취소 시에는 반드시 공원 측에 알려야 한다.

11월 말까지 운영되며,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7월 16일~8월 28일 사이엔 오후 8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오전 9시·낮 12시·오후 3시에 각각 예약이 가능하고, 테이블당 이용시간은 3시간이다. 한 그릴당 이용 가능한 인원은 10명 정도. 이용자 수가 많을 경우 다른 사람 명의로 그릴 1개를 추가할 수 있다.

글=하현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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