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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사원 징계한다고 해병캠프 보낸 건 잘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20여 년간 은행 사무직 부서에서 근무해온 김모(53)씨는 지난해 3월 회사로부터 2박3일간 ‘해병대 훈련 프로그램’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2010년 3주간의 합숙훈련과 사이버 연수 도중 무단 이탈한 데 대한 징계 차원이었다. 그러나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었던 데다 6급 시각장애가 있는 김씨는 도저히 훈련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20분 만에 훈련장에서 나왔다. 해병대 정신교육, 내무생활 교육, 타워 레펠, 해병축구 등 훈련 프로그램이 업무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김씨 회사의 인재개발부 차장은 “무단 이탈할 경우 연수규정 위반으로 징계받을 수 있으니 교육에 복귀하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김씨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해병대 캠프를 떠났다. 회사는 연수 거부를 이유로 김씨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김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됐고, 지난해 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진창수)는 “김씨와 같은 경력과 나이, 신체조건을 가진 사람에게 해병대 교육을 시키는 것은 업무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6개월의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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