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 10년] 上.<메인>원년에서 현재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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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995년 세계적으로 인터넷 대중화가 시작됐다. 국내에선 다음커뮤니케이션.안철수연구소.CCR.인터파크.조인스닷컴, 미국에선 야후.아마존닷컴.이베이 등 이른바 닷컴기업들이 속속 출범해 닷컴 원년을 장식했다.

그로부터 10년 만에 한국은 인터넷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 세계 1위' '인터넷 이용률 세계 2위' '정보화 지수 세계 7위'를 자랑한다. 이젠 인터넷주소(IP)가 모자랄 정도의 닷컴 세상이 됐다.

◆닷컴 강국의 현주소=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에 따르면 1995년 말 국내 인터넷 인구는 36만 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인터넷 인구는 3158만 명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100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인터넷 최고속도(데이터를 주고받은 시간)도 95년엔 초당 28.8킬로비트(1메가바이트 사진 한 컷 내려받는 데 4분36초 걸림)였다. KT 이옥기 상무는 "현재 통신업체들이 서비스하는 초고속 인터넷은 최고속도가 초당 50메가비트"라며 "인터넷 속도가 약 1700배나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서비스도 첨단화 추세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휴대인터넷▶홈네트워크▶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인터넷전화 등 첨단 무선 인터넷과 정보가전 상품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께 우리나라가 쓸 수 있는 IP는 바닥날 위기다. 정보통신부는 현재의 인터넷주소 체제(IPv4)를 차세대 규격(IPv6)으로 바꾸기로 했다.

정통부는 이와 함께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에 120만 개의 주소를 추가로 달라고 요청키로 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아시아에 할당된 IP가 대부분 쓰인 데다 남은 IP도 그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던 중국 등 신흥 인터넷 국가에 넘어가는 양상이라 주소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하반기부터 선보일 신규 서비스는 기존 및 차세대 체제를 모두 담는 듀얼모드로 개발하도록 관련업계에 지침을 내렸다. 정통부 관계자는 "IP 없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되는 어떤 첨단 정보기술(IT) 상품도 무용지물"이라며 "이대로 방치하면 닷컴 세상 10년 만에 국가 인터넷망 붕괴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닷컴 세상의 변천사=95년에는 인터넷 서비스가 전화모뎀을 사용해 속도가 느렸다. 그래서 인터넷 업체나 네티즌들이 주고받는 콘텐트는 대부분 문자로만 구성됐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으로 영화 한 편을 끊김 없이 보고, 그래픽이 화려한 첨단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쌍방향 온라인 교육서비스는 오프라인 강의 못지않게 생생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김경달 본부장은 "전화모뎀을 많이 쓰는 미국과 일본.유럽에 비해 국내 닷컴회사의 콘텐트가 더 다양하다"며 "미국.일본 등은 아직 문자 위주 콘텐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닷컴 10년은 그 변화만큼 벤처기업의 부침도 심했다. 특히 2000년을 전후한 '묻지마 투자' '닷컴 거품'현상 등은 많은 닷컴기업을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시켰다. 2000년 상반기까지 닷컴 주가가 급등했다가 2000년 말부터 폭락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일찌감치 수익모델을 고민한 닷컴은 살아남았고, 대부분은 사라졌다"며 "이익이 아닌 장밋빛 전망만으로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진리가 입증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원호.이희성.장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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