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iz 더 늦출 수 없다] <3>종착역은 물류인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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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는 6일 전국의 물류 관련 전문가들과 장시간 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전국 5개 산업단지의 기업간전자상거래(B2B) 활성화를 위해 효율적인 공동물류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

참석자들은 단지별로 인터넷 공동물류센터를 구축해 놓고 기업들이 화물 운송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예컨대 자동차나 전자.화학 등 수직적 연결이 강한 업종은 대기업과 중소 하청업체간 재고.수배송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필요할 경우 서로 다른 업종.업체간 물류정보를 공유해 공동운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시스템을 갖출 경우 현재보다 전자상거래가 두배 이상 늘고 10% 이상의 원가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산자부측은 예상했다.

산자부가 올 들어 이처럼 물류시스템 구축을 서두르는 이유는 물류의 효율화 없이는 B2B의 활성화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통서비스정보과 이호연 사무관은 "초고속망은 있으나 효율적인 물류인프라가 없으면 인터넷 거래에서 절감한 비용을 물류에서 까먹는 제로섬 비즈니스가 될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전국의 1천5백개 대리점에서 매일 쏟아져 들어오는 무선단말기 주문량 수송을 맡은 SK글로벌은 40대의 수송차량에 대한 투명한 관리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수송실적 자료가 없다 보니 차량당 월 2백50만~3백만원씩 정액제로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른 비효율성과 예산낭비가 월 수천만원에 달했다.

이같은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는 차량의 최단 이동경로 및 각 대리점 도착 시각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차량관리시스템을 도입, 현재 시험가동 중이다. 이 회사 김재룡 대리는 "시스템 가동 후 모든 수송정보가 투명해지고, 차량이 효율적으로 대리점을 경유할 수 있게 됐다" 며 " 5월부터는 차량의 수송실적에 따라 계약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정보통신부는 국가초고속망 완성을 선언했다. e-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기본 인프라는 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효율적인 물류시스템 없이는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생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이강인 사장은 "총투자비 1백10억원 중 물류 비용이 절반에 이르고 있다" 며 물류시스템 구축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빨리 배송하는 것이 인터넷 서점의 최대 관건이라 재고를 많이 쌓아놓고 팔 수밖에 없다 보니 물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교통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999년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물류비는 한국이 16.5%로 유럽의 5.8%, 미국의 7.7%, 일본의 8.8%에 비해 2~3배에 달한다. 화물트럭이 빈차로 돌아오는 비율인 공차율도 영업용의 경우 36%나 된다. 화물트럭의 공차율이 1% 낮아질 경우 2천9백억원의 비용이 절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은 선진 기업에 비해 매년 수십조원의 추가 부담을 안고 경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물류효율화의 전제조건인 물류정보 공유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전체의 2%에 불과하다는 것. 교통개발연구원의 신동균 박사는 "전자상거래 인프라의 핵심은 초고속 통신망과 물류시스템 구축" 이라고 전제하고 "정부와 기업이 하루빨리 물류시스템 구축을 서두르지 않으면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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