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중 영토 야욕 … 이번엔 ‘문화재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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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강화를 위해 문화주권을 들고나왔다. 해상 실크로드 해저에 있는 문화재 보호를 내세워 주변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매듭짓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주 이 해역 섬을 관리하는 행정도시 설립 방침을 밝혔다.

 중국 하이난(海南)성 문물국은 남중국해 베이자오(北礁)와 화광자오(華光礁)·융러자오(永樂礁)·위줘자오(玉琢礁) 등 시사(西沙·파라셀 제도)군도에 위치한 네 개 암초 주변 해역을 문화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이 해역은 고대로부터 중국의 상선들이 무역을 하던 해상 실크로드의 일부분이다. 현재 필리핀과 베트남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문물국 관계자는 이날 “해저에 묻혀 있는 중국 문화재 도굴과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며 현재 공안당국과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96년 조업 중이던 어민이 이 해역 해저에서 800여 년 전 남송(南宋)시대 선박을 발견한 이후 부근 해역에 대한 대대적인 고고학 조사를 해왔다. 이후 지금까지 해저 122곳에서 자기와 구리동전 등 유물 2만여 점을 발굴했다. 리궈창(李國强) 중국사회과학원 남중국해 연구원은 “최근 들어 중국의 해저 문화유산이 손상되거나 도난 당하는 일이 많으며 이를 막기 위해 본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필리핀은 지난 4월과 5월 두 달 동안 중국과 대치했던 중사(中沙)군도 황옌다오(黃巖島·스카보러섬)에 최근 고고학 탐사선을 보내 탐사를 준비 중이다. 베트남 국회도 21일 난사(南沙)·시사 군도가 베트남의 주권과 관할 범위에 속한다는 내용의 ‘해양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정부는 앞으로 해당 해역을 지나는 모든 외국 선박은 자국 해안경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24일 “필리핀과 베트남의 조치는 모두 중국의 해상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무효”라고 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난사·시사·중사 군도를 통합 관할하는 싼사(三沙)시를 설립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새로 설립된 싼사시 청사는 시사군도에 속한 융싱다오(永興島)에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하이난성 소속의 별도 사무처를 두고 이들 섬을 관리했다.

◆해상 실크로드=중국 한(漢)나라 때 시작된 해상 무역로. 송(宋)과 원(元) 때 절정을 이뤘으며 당시 동쪽으로는 한국과 일본, 서쪽으로는 베트남과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소말리아 등 16개국 22개 도시와 무역을 했다. 주요 교역품목은 비단과 차·도자기·금·은·서적 등이었다. 18세기 독일의 지질학자인 리치도펜이 이 무역로를 ‘해상 실크로드’라고 처음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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