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22) -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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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메리카 파크에서의 첫번째 풀시즌과 함께 대폭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총연봉은 두배로 껑충 뛰었으며, '타점 제조기'라는 후안 곤잘레스도 모셔왔다.

초반의 엄청난 부진에도 불구하고 5할에 근접한 승률로 시즌을 마침은 물론, 잠시나마 와일드카드 경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의 한가지 만으로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지난 시즌 최고의 바보였다.

◇ 일찍 터뜨린 샴페인

1999년 11월, 랜디 스미스 단장은 취임 이후 가장 중대했을지도 모를 결정을 내렸다.

무려 6명의 선수들을 주고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후안 곤잘레스(31)를 데려온 것이다. 4년동안 560타점과 함께 두번의 MVP를 수상한 곤잘레스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다. 하지만 채 1년이 지나기도 전에 그의 영입은 최악의 선택이었음이 밝혀졌다.

팀재건의 화룡점정은 젊은 선수단을 이끌 수 있는 MVP급 선수의 영입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는 아직 순서가 오기도 전에 마지막 계단을 밟았다.

대가도 터무니없이 비쌌다.

게이브 케플러는 자신의 엄청난 파워를 타격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웠으며,(.302 14홈런 66타점), 프랭크 카탈라노트는 텍사스 선정 '올해의 식스맨'이었다. 프랜시스코 코데로는 마무리투수를 갈망하는 그들의 근본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부상당했던 좌완선발 저스틴 톰슨은 올시즌이면 돌아온다.

그렇다면 곤잘레스는 디트로이트에게 꼭 필요한 선수였을까. 당시 그는 과대포장의 의혹을 받고 있었고, 리더십이라고는 더더욱 없었다. 결국 곤잘레스는 팀에 쓰라린 상처만 주고, 인디언스로 떠났다.

스미스는 그가 디트로이트에 남을 의사가 있었는지를 먼저 알아봤어야만 했다.

◇ 코메리카 블루스

코메리카 파크와 곤잘레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바비 히긴슨은 3년전의 그로 돌아왔다.(30홈런 102타점) 특히 히긴슨은 브레드 어스무스와 함께 뒤숭숭했던 팀 분위기를 추수린 일등공신이다.

딘 파머는 어깨부상을 이겨내고 3년 연속 1백타점을 날렸으며, 유격수 데이비 크루즈는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46개의 2루타를 기록했다.

반면 악명높은 '슬로우 스타터' 토니 클락은 발동도 걸리기 전에 등부상으로 시즌을 접었으며, 수비의 부담을 덜어주기까지한 후안 엔카네시언의 성장도 기대이하였다.

가장 큰 고민은 코메리카 파크. 타이거스 타선은 홈구장인 코메리카 파크에서 더 높은 타율(홈 .280 · 원정 .275)과 더 많은 2루타(홈 136개 · 원정 134개)를 기록했지만, 홈런에서의 격차는 메울 방법이 없었다.(홈 64개 · 원정 134)

◇ 아이 러브 불펜

노모 히데오는 밀워키에서의 성공을 이어나가지 못했다.(8승 12패 4.74) 데이브 말리키의 기적도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6승 11패 5.58)

반면 젊은 어깨들인 제프 위버(24)와 브라이언 몰러(29)는 선전했다. 특히 위버는 시즌 내내 꾸준함을 유지하며 장차 '에이스'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그가 팀 허드슨(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이나 크리스 벤슨(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급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디트로이트의 막판 저력은 불펜진에서 나왔다. 토드 존스가 앞장을 서고, 매트 앤더슨, 덕 브로카일, C.J. 니코스키 등이 뒤를 받힌 불펜은 아메리칸리그 3위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다만 존스의 뒤를 이어야할 앤더슨이 아직도 준비를 끝내지 못한 것은 아쉬웠다. 앤더슨은 디트로이트가 J.D. 드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포기하면서까지 지명했던 그들의 희망이다.

◇ 다시 처음부터

스미스 단장은 얼마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로저 시데뇨, 미치 멀루스키, 크리스 홀트를 데려오면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투수들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한 코메리카 파크는 타자들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한 엔론 필드(휴스턴 애스트로스)만큼이나 팀 전력을 불균형으로 만든다.

또한 그들은 첨단 공법이 모두 투입된 최신식구장을 두고도 흥행에 별 재미도 보지 못하고 있다. 관중수입에서 많은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총연봉이 다시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한가지 위안거리는 필 가너 감독이 넓은 구장에서의 대처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감독이라는 것. 존 맥그로우(전 뉴욕 자이언츠의 명감독)의 신봉자로서, 출루율을 강조하는 가너로 인해 디트로이트 타자들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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