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인터넷 유료화 방침 논란 예상

중앙일보

입력

EBS가 인터넷 사이트(http://www.ebs.co.kr)를 통해 무료로 제공해오던 콘텐츠의 일부를 7월부터 유료화한다는 방침을 세워 논란이 예상된다.

EBS 박흥수 사장은 월간 「신문과 방송」 3월호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인터넷 일부 콘텐츠는 하반기부터 유료로 운영하겠다"면서 "원칙적으로 의무교육인 초-중등교육 프로그램은 무료로 제공하지만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유료로 전환해 그 수익을 프로그램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고교 교육은 현재 검토중이며 비용은 국민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저렴하게 책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BS는 지난해 5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 일부 프로그램을 동영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데 이어 삼성SDS와 제휴를 맺고 1월 1일부터 지상파TV, 위성 1ㆍ2TV, FM라디오의 대부분 프로그램을 무료로 VOD(Video on Demand) 서비스하고 있다.

「20세기 전쟁사」 「심슨가족」 「시네마 천국」 등 일부 저작권에 제한을 받는 프로그램은 VOD 서비스에서 제외된다.

임정훈 EBS 뉴미디어국장은 "방송의 1회성을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확대했으나 MBC나 SBS처럼 배너광고도 유치하지 않다보니 자금난이 가중돼 부득이하게 하반기부터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EBS는 별도로 제작하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유료화하는 한편 기존프로그램의 온라인 재전송은 가능한 한 무료 서비스를 유지할 계획이다.

EBS의 상호를 딴 유사 교육 사이트가 범람할 정도로 네티즌 사이에서 EBS 사이트의 인기가 높은 것과 VOD 서비스 확대에 따른 비디오 판매의 감소추세도 유료화결심에 한몫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한 시청자나 네티즌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분야에서인터넷의 유료화가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공영방송이 유료화에 앞장선다면 다른방송사 인터넷의 유료화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EBS 인터넷의 이용자들이 대부분 과외나 학원에 의존하기 힘든 저소득층이어서 금전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의 안수경 간사는 "EBS가 구체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유료화할 것인지 모르는 시점에서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EBS는먼저 국민교육 채널로서의 위상을 튼튼히 하고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지 수익사업이나 시청률 경쟁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반면에 성인채널에 이어 교육분야에서 인터넷 콘텐츠의 유료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EBS가 유료화를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윤금 한국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교육방송 발전방안 연구''라는 논문에서 "세계 각국의 교육방송들도 교육 콘텐츠를 이용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하고있다"고 소개하며 "EBS도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다각적인 재원 확충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인터넷 콘텐츠 유료화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EBS가 국민의 세금과 수신료를 지원받는 공영방송인 만큼 유료화 방침을 정하기에 앞서 시청자 단체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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