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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 3인 측 “박근혜는 귀 막은 벌거벗은 임금님” 비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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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재오·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 비(非)박근혜계 3인은 25일 ‘경선 불참’ 원칙을 거듭 밝혔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를 향해선 “앞으로 경선 파국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비박 주자 3인의 대리인인 안효대(정몽준) 의원과 권택기(이재오)·신지호(김문수) 전 의원은 이날 긴급 회동을 한 뒤 “지도부 결정은 일방적으로 경선을 강행하겠다는 것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 경선 판 자체를 깬 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황우여 대표가 경선 룰 논의기구를 제안했다가 특정 후보가 혼을 내자 없던 일로 하는 등 지도부가 중립은커녕 ‘친박 선거대책본부’임을 입증한 셈”이라며 “박근혜 전 위원장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은 ‘벌거벗은 임금님’이 돼 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재오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행 룰대로 8월 19일 경선을 강행하겠다는 지도부의 결정은)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대선을 국민에게 돌려주기는커녕 과거 한나라당 룰 그대로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 자체가 이미 1인 독재의 사당화가 돼 버렸는데 중도층이나 비판적 젊은 층이 그 당에 나라를 맡기려고 하겠느냐”고 경고했다. 이어 “저희(비박 3인)들이 완전국민경선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그 말을 거둬들일 순 없다”며 “탈당하거나 대선 본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지사도 이날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착좌 미사에서 만나 경선 불참 원칙을 재확인했다. 정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다 "런던올림픽 기간 중에도 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을 강행하겠다는데 이젠 힘이 있으니 탱크처럼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들은 박 전 위원장의 최종 입장을 확인한 뒤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을 상대로 경선 불참 외에 더 이상 저항할 카드가 없다는 점이 비박 3인의 현실적인 고민거리다. 당내에선 “비박 3인 중 맏형 격인 이 의원(67)이 대통령 선거 이후 비박계를 결집해 당내에서 비주류 견제세력을 만들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61세 동갑내기인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지사는 ‘박근혜 이후’를 노려 2017년 대선에 재도전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예상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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