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임대희] 캠퍼스 아시아

중앙일보

입력

“캠퍼스 아시아(Collective Action for Mobility Program of University Students in Asia)” 사업은 한중일 3국 정상이 협력사업으로 채택한 것이다. 한중일 3국의 대학끼리 공동 커리큘럼을 설정하고, 공동 복수학위과정을 운영하며, 또한 대학끼리의 학생교류를 촉진하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이다. 그런데, 이 사업에 대해서 중국측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그 원인은 몇 가지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측 입장에서 보자면 경비를 공동부담한다는 점, 그리고 중국의 교육부는 미국이나 유럽에 중국유학생을 보내는 데에 더 힘을 들이는데 이 사업의 대상지역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중점지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중국 교육부의 업무추진 방식이 한일 양국과는 다른 “중국 특유의 선발방식”이 있는데 이점에 대해서 한일 양국에서 충분히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캠퍼스 아시아” 사업은 2009년10월 한중일 정상이 3국의 대학 간 교류를 강화하기로 합의하면서 한중일의 3개 대학이 연합하여 1개 팀을 구성하여 학생들의 단기 교류와 장기 교류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교육과정도 3개 대학이 서로 합의하고 조정해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들은 중국의 명문대학들과 교류협약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장단기 학생 교류도 들어있어서, 많은 중국 학생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중국의 우수한 학생들은 아무래도 미국이나 유럽의 대학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선발방식에 대해 중국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중국 특유의 선발방식”이기 때문이다. 중국학생 가운데 일부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제공하는 국비 유학생의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이들도 대부분 상대방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형태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한국이 중국과 더불어 추진하게 된 “캠퍼스 아시아” 사업은 한중일 3국의 학생교류를 위해서 획기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3국은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의 교류 프로그램과 참여자의 수준을 매우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캠퍼스 아시아” 사업의 경우, 상대방 대학의 학생을 받아들이는 대학이 그 비용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비용을 공동 부담하는 셈이 된다. 물론 각국의 물가가 다르므로, 일본이 가장 많이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이점에서 이제까지 이 부분의 경비를 크게 부담하지 않았던 중국으로서는 갑자기 많은 비용을 감당하게 되었다. 자연히 중국 측은 이 사업 진행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중국 관료들의 참가 대학 선정 방식은 상대방 국가의 관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3개국의 대학들이 연계된 10개 대학 그룹을 선발하기 위해서 2011년 7월까지 대학들은 각기 해당국 정부의 교육담당 부서에 신청서를 제출하여야 했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업을 당연히 경쟁을 통해서 선발하는 것으로 알고 나머지 국가의 파트너 대학을 물색하였다. 중국의 대학에서는 이러한 사업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중국의 교육부에서 지명한 10개 대학만이 이에 대비해서 한국과 일본의 대학들과 교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청 마감에 임박하여 문제가 터졌다. 각국에서 그동안 교섭하고 있던 중국의 대학에서 신청서류에 필요한 참가동의서에 중국 측 학교의 공인(公印)을 찍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중국의 대학에서는 마감 1주일 전까지 이 사업에 대한 공문을 각 대학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이 신청을 준비하던 대학에서는 당황하여 해당국의 교육담당 부서에 빗발치게 문의하였다. 특히, 일본 쪽에서 중국의 교육부에 강력하게 항의하여, 이 내용을 중국 교육부의 홈페이지에도 게재하고 중국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는 하였지만, 끝내 이 사안은 각 지방의 여러 대학에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은 중국의 교육부가 애초에 의도하던 대학이 대부분 선발되었다. 그 결과로 일본과 한국의 대학에서는 중국 교육부의 방식을 불신하게 되었으며, 다음부터는 중국 교육부가 관여하는 사업에는 뛰어들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올해에도 “캠퍼스 아시아” 사업에 대한 공문이 와 있는데, 작년에 신청서를 만드느라고 고생했던 교수들이 올해에 두 번 다시 헛수고하지 않겠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우리들이 중국과 어떤 사안을 추진할 때에는 이와 같은 “중국 특유의 선발방식”이 있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면서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에도 중국정부가 경쟁을 통한 선발방식으로 나설 것인지 궁금하다. 이 “캠퍼스 아시아” 사업은 3국의 젊은이들이 서로 상대방 국가에 가서 학습하며 상대방 국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주요한 사업이다. 이를 그 어떤 구실 때문에 중도에서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중국 교육부도 좀 더 멀리 내다보는 안목으로 기대하는 방식을 따르면서, 해당하는 경비를 흔쾌히 부담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세계화에 앞장서는 젊은이들을 육성하는 데에 함께 힘써 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임대희 (경북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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