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소스의 은밀한 복수가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주, 필자는 리눅스 보급 업체와 다른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벤더들이 사용하는 사업 모델에 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전히 필자의 의도이긴 하지만, 이번 주에 SSH(Secure Shell) 인터넷 프로토콜 및 관련 소프트웨어를 둘러싸고 발표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실행 가능한 공개 소스 사업 모델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SSH에 관한 경험은 실패할 운명인 것처럼 보이는 사업 관행에 관한 교과서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SSH는 암호화된 채널을 통해 작동되고 완전한 공공 키 기반의 진위 확인을 특징으로 하는 안전한 텔넷 타입 접속 방식의 일종이다. 최초의 SSH 릴리스는 공개 라이선스 하에서 개발됐으며, 전세계 개발자 커뮤니티를 사로잡았다. SSH 총 책임 개발자인 타투 일로넨은 기초적인 프로토콜인 SSH를 인터넷 표준으로 제안했다.

SSH 버전 1은 중대한 커뮤니티 프로젝트가 됐다. SSH는 미국 정부의 규제 때문에, 지지자들이 원했던 것만큼 빠르게 채택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보안을 의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SSH가 텔넷과 FTP를 대체하는 것이 됐다.

그 후 1995년에 1.2.12 버전이 개발되는 도중에 일로넨은 이 라이선스를, 상용 보급을 금지하고 ''ssh''라는 이름을 트레이드 마크로 주장하는 좀더 제한적인 라이선스로 은밀히 변경했다.

그 다음 그는 이 소프트웨어를 상용 사용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SSH 커뮤니케이션 시큐리티(SSH Communications Security)라는 회사를 통합시켰다. 나중에 이 회사는 공개 소스였던 기존 버전과 호환되지 않는 두 번째 버전인 상용 SSH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핀란드에 소재한 이 회사는 이제 오픈SSH(OpenSSH)라는 점점 인기를 더해 가는 공개 소스 개발자들과 법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의 오픈SSH 개발자들은 원래의 SSH 커뮤니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한 적이 있으며, 이런 라이선스 제한을 배신 행위로 인식했다.

일로넨이 그의 작품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것과 새로운 라이선스로 다른 개발자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은 별개 문제였다.

개발자들은 그들이 아는 유일한 방법으로 대응했다. 그들은 완전한 공개 소스인 SSH의 최종 버전을 택해 그것의 무료 버전을 유지·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 프로젝트가 바로 오픈SSH였으며, 오픈BSD 그룹에 의해 주의 깊은 감시를 받았다. 오픈BSD는 안전한 무료 소프트웨어에 전념하는 것으로 이미 평판이 나있는 그룹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수많은 사건들이 이들의 대립 관계를 본격적인 경쟁으로 변모시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픈SSH가 결국 독점권 있는 제품에 대한 대체물로 사용될 만큼 좋아졌다는 사실이다.

한편 SSH 커뮤니케이션 시큐리티는 14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무료 제품을 못 참는 새로운 리더에 대한 보답으로 이 회사에 많은 자금이 주어졌던 것이다. 따라서 암호 표기법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시작되면서, 정면 충돌을 기다려야 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됐다.

SSH 커뮤니케이션이 자금으로 끌어들인 1400만 달러의 일부를 변호사 비용으로 소비한 지난 주부터 이런 충돌이 시작됐다. 이들이 변호사를 고용한 목적은 오픈SSH에게 명칭을 바꾸라고 강요하기 위해서다. 그 무기는 ssh에 대한 미국 상표권이다.

오픈BSD 지도자인 테오 데 라트에 따르면, 이것은 거의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그는 오픈SSH 커뮤니티가 명칭을 바꿀 이유도 없고 그럴 의향도 없다고 말한다
오픈SSH 커뮤니티 전반에 걸쳐 법적인 대응은 가치가 없다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음은 하나의 표본이다.

·오픈BSD와 오픈SSH는 캐나다에 주재하고 있기 때문에 SSH 상표권을 굳이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로넨은 초창기에 SSH라는 이름을 하나의 표준으로 승격시키고 사용 제한을 두지 않았다. 나중에 그는 제안된 상표권을 인터넷 표준 프로토콜의 명칭으로 승격시켰다.

·상표권은 특정 폰트로 된 SSH라는 문자의 특정 그래픽에 있을 뿐이다. SSH라는 용어 자체는 상표권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오픈SSH 개발자들은 상업적 이익과 관련이 없다. 미국상표권법에 대한 일설에 따르면, 이런 사실이 오픈SSH에 대한 상표권 관련 소송을 가로막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누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단 말인가? 세계에 흩어져있는 개인 개발자들을 상대로? 오픈SSH는 형식적으로 구성된 구조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만약 회사측이 이긴다 하더라도, 이런 자발적인 지원자들에게서 얼마나 많은 손해배상금이 나올 수 있겠는가?

솔직히, 그런 의견들을 제시한 사람들 중에 변호사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데 라트는 법률 전문가들과 상담한 결과, 핀란드인들이 이 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오픈SSH 프로젝트가 자체 명칭을 바꿀 의향이 전혀 없거나 또는 이런 위협에 대응할 의향도 없다고 말한다. 마치 상처에 소금을 문지르듯이 오픈SSH 사람들은 이번 주에 새로운 소프트웨어 릴리스를 발표했다.

버전 2.5.1은 상용 SSH의 일부 호환성 문제들을 바로 잡으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독점권 있는 버전을 능가하기 위한 오픈SSH의 노력을 촉진시키고 있다.

SSH 커뮤니케이션 시큐리티는 이제는 완전히 호환 가능한 무료 버전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계속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다. 이 회사는 두 가지 옵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길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값비싼 대가의 법적 공격을 추구하고 설령 이기더라도 아주 보잘것없는 이익을 얻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의 입장에서 후퇴해 오픈SSH에게 허세를 벗을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면서 오히려 무료 소프트웨어 신생 기업들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끌어올 수도 있다.

어쨌든 필자는 일로넨이 중간에 SSH 라이선스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덜 혼란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모방할 가치가 있는 사업 관행이 아니다.

당신은 SSH와 오픈SSH간의 싸움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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