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로 쏜다. 은행은 가라!"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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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메일 주소만 알면 돈을 보낼 수 있는 ''개인간(P2P:Person to Person) 방식'' 지불 서비스가 유력한 온라인 지불 수단으로 떠오를 정도로 인기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지난 99년 페이팔(http://www.paypal.com)이 처음으로 전자우편을 이용한 송금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불과 1년 사이에 30여 개 업체가 P2P 지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페이팔을 비롯해 페이미닷컴(http://www.payme.com), 이카운트(http://www.eco unt.com), 이머니메일(http://www.emoneymail.com), 샌드머니(http://www.senemoney order.com), 아이에스크로(http://www.i-es crow.com) 등이 대표적인 P2P 방식 지불 서비스 업체이다.

이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가 페이팔이다. 페이팔은 99년 11월 사이트를 오픈한 이후 2000년 2월 10만 명에 이어 4월 1백만 명, 10월 4백50만 명, 12월 8백50만 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페이팔은 이같은 추세라면 2005년께에는 5천만 명의 회원 유치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키아, 도이치뱅크,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이 투자해 설립한 인터넷 뱅킹 전문업체인 엑스닷컴(x.com)이 P2P 방식 비즈니스 모델의 우수성을 간파, 페이팔을 전격 인수해 화제가 됐다.

특히 인수 후 엑스닷컴의 주력 사업이었던 인터넷 뱅킹 업무를 중단하고 페이팔의 전자우 편 송금 서비스에 주력할 것이라고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EBPP(Electronic Bill Presentment & Payment) 전문 리서치 회사인 킬렌&어소시에이츠(www.killen.com)는 2005년께 전체 전자 지불 시장의 3분의 1 이상이 전자우편을 이용한 P2P 방식 지불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측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낙관하고 있다.

이같이 P2P 방식 지불 서비스가 수익 모델로 검증을 받으면서 그동안 이 시장을 예의 주시해 왔던 은행 등 전통 금융 회사들이 잇따라 서비스를 오픈해 치열한 시장 주도권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뱅크원이 이머니메일(emoneymail.com)이라는 서비스 브랜드를 선보인데 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월스파고(Wells Fargo), 플릿 보스턴(Fleet Boston), 씨티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준비하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표적이 이메일 송금업체 페이팔닷컴 (http://www.paypal.com)

은행권 등 금융 회사의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P2P 지불 서비스 역시 크게 두 가지로 갈리는 상황이다. 가상계좌와 인터넷 뱅킹 방식이 그것이다.

가상 계좌는 온라인 가상계좌에 돈을 먼저 이체시켜 놓고 이 계좌에서 송금, 온라인 콘텐츠 결제, 상품 거래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가상계좌로 이체하는 단계를 거치지만 이체 이후에는 송금 건수에 관계없이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페이팔이나 빌포인트(http://www.billpoint.com), 비드페이(http://www.bidpay.com) 와 같은 업체가 가상계좌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뱅킹 방식은 송금은 전자우편을 통하지만 사실은 오프라인 은행에 개설한 실제 계좌에서 다른 사람의 실제 계좌로 이체하는 식이다. 즉 인터넷 뱅킹과 유사하나 다른 사람의 계좌 대신에 전자우편을 사용해 편리성을 높인 것이다. 이 방식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제공해 왔던 기존 전통 은행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직접 P2P 지불 시장에 뛰어 들면서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겠지만 막대한 자금과 탄탄한 금융 인프라 때문에 벤처형 온라인 지불업체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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