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로 쏜다. 은행은 가라!"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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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메일 송금 서비스는 거래가 개인간에 이메일로 이뤄지는 일종의 P2P(Person to Person) 사업 모델. 금융 거래 서비스가 은행이 아닌 일반 벤처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간 은행이 도맡아 오던 송금 및 결제 서비스를 인터넷이 대신한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인터넷을 통한 송금·계좌이체 등 ‘인터넷 뱅킹’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메일을 활용해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편리성이 훨씬 뛰어나다.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이메일 주소만 알면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로는 메일캐스터의 ‘메일뱅킹’과 (주)페이레터의 ‘페이레터(http://www.payletter.com)’ 서비스가 있다.

메일뱅킹의 서비스는 은행계좌뿐 아니라 신용카드를 통한 송금 서비스도 가능하지만 송금에 걸리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고(2∼5일), 수수료가 다소 비싸다는 것이 흠.

PC통신업체 나우콤에서 분사한 페이레터의 경우, 하나은행의 ‘가상계좌’를 통해 송금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은행계좌를 통해 직접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송금자가 사전에 이체해둔 페이레터의 가상계좌에서 송금액을 출금해 돈을 받을 사람에게 지불한다. 따라서 가상 계좌에 돈을 계속 충전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번거롭다.

벤처기업들이 은행의 고유 영역인 지불 결제 서비스에 뛰어듦에 따라 기존 은행들의 대응도 가속화되고 있다. 주택은행, 신한은행 등이 이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상태. 그만큼 이메일을 이용한 지불 서비스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신한은행 신사업부의 정종필씨는 “이메일 지불 서비스를 시작하는 벤처기업과 고유 업무 영역을 지키려는 은행들과의 줄다리기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안정성·편리성 등이 보완된다면 이메일 뱅킹 서비스는 은행의 영역을 침범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머니메일(http://www.moneymail.co.kr)’이란 이메일 송금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이 역시 상대방의 은행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이메일로 송금을 할 수 있는 방식. 이메일뿐 아니라 휴대폰 번호만 알아도 상대방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휴대폰이나 이메일로 돈을 받을 사람에게 “돈이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전해지고 이를 받은 사람이 신한은행의 머니메일 서비스에 접속, 돈을 받는 방식이다.

주택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엔페이코리아(http://www.npaykorea.com)’서비스를 통해 이메일 송금 사업에 뛰어든 상태. 주택은행의 계좌 외에 가상 계좌를 따로 만들고 이를 통해 이메일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낮은 수수료가 무기

이 같은 이메일 송금이 은행들이 해오던 인터넷 뱅킹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수수료가 낮다는 것. 이메일을 통한 송금에는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다만 인터넷상의 가상계좌로 돈을 넣을 때는 은행에서 출금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수수료가 붙는다. 특히 조만간 은행들이 인터넷 뱅킹을 유료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 경우 더욱 이메일 송금이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위협을 느껴 이메일 송금사업에 뛰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에 운영해오던 인터넷 뱅킹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단 벤처기업들에게 ‘송금 및 지불 시장’이라는 ‘파이’를 뺏길 수 없어 이메일 송금사업에 발을 들여놓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안성과 안정성 면에서는 기존 벤처들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은행들의 장점. 이메일 송금을 하는 인터넷 업체들 역시 보안문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인들의 인식은 아직 은행이 더 안전하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장차 일반화될 인터넷 지불 서비스 변화 방식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이메일 지불 서비스의 장점. 미국의 경우 이베이 등 경매사이트에서 개인간 지불 서비스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인터넷 쇼핑몰·콘텐츠몰 등에서도 결제방식의 하나로 이용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가상계좌를 통한 금융거래가 금융실명제에 위배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문제 없다는 것이 업체들의 입장이다. 페이레터의 문용식 사장은 “실명 확인이 된 실제 은행 모 계좌를 기반으로 해서 가상 계좌가 만들어지므로 가명으로 계좌를 만들 경우 입출금이 불가능하다”며 “법률회사의 자문을 통해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이메일 지불 서비스 업체들은 소액 위주의 송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거액 송금의 경우 발생할지 모르는 부작용과 위험을 꺼려서이다. 대개 1회 10만원, 1일 50∼1백만원을 한도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경조사비·모임 회비 등 소액 위주의 송금들이 이들 업체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눈부시게 발전하는 인터넷 기술과 함께 은행들의 점포가 사라지고 인터넷 속으로 녹아들 날이 오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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