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전기 작가 본지 단독 인터뷰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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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이 지난 1988년에 한복을 입고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회장의 아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 전기 ‘The Magic and the Madness(마법과 광기)’의 작가 J. 랜디 타라보렐리가 20일 잭슨의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백종춘 기자

'팝의 황제가 애국가를 부르게 하라.'

통일교 측이 지난 1988년에 마이클 잭슨의 한국 공연을 추진하면서 그가 한복을 입고 애국가를 부르게 하려 했다고 잭슨의 전기 'The Magic and The Madness(마이클 잭슨: 마법과 광기)' 작가인 J. 랜디 타라보렐리(56)가 20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국가요도 3곡 부른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통일교 측이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보낸 인물은 현 유아이에너지의 회장인 최규선(미국명 케네스 최) 씨. 최회장과 수차례 인터뷰를 가졌다는 타라보렐리는 "통일교 측에서 잭슨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한 인물로 그를 지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문선명 통일교 교주가 잭슨과 연계되면 그에 따른 상당한 이익을 볼 수 있었을 것으로 계산했던 것 같다"며 "그 때만해도 잭슨은 팝 역사상 가장 깨끗한 이미지의 스타였다"고 설명했다. 잭슨은 오는 25일 사망 3주년을 맞이한다.

타라보렐리는 최씨가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잭슨의 형제와 부모에게 먼저 접촉을 시도했다고 했다. 잭슨이 사상 최다판매고를 기록한 앨범 ‘스릴러(1억장 이상 판매)’와 ‘배드’ 등으로 팝계 최고의 수퍼스타로 떠오른 것에 반해 그의 형제들은 잭슨 5 시절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했던 터였다.

통일교 측은 서울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네 차례 공연을 갖는 조건으로 잭슨의 형제와 부모에게 총 750만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형제ㆍ부모들은 반드시 잭슨을 설득시키겠다며 통일교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타라보렐리는 “(잭슨의 아버지인) 조셉은 이들로부터 롤스 로이스, 그의 형 저메인은 레인지 로버를, 또 어머니 캐서린은 아들을 설득시키는 조건으로 현찰 100만달러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마이클이 형제들과 공연하는 것을 극구 꺼려했지만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의 뜻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며 결국 잭슨이 한국 공연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고 밝혔다. 애국가와 가요는 부르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어렵게 잭슨의 사인을 받아낸 통일교 측은 이후 처음에 약속했던 출연료를 깎기 시작했다. 애초에 제시한 800만달러에서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250만달러까지 출연료를 낮췄다. 결과적으로 공연은 무산됐고, 통일교 산하 세계일보가 잭슨을 고소하기에 이르고, 이에 잭슨 역시 맞고소로 대응했다.

양측의 법적 싸움은 끝난 상태다. 잭슨 유산관리인단은 지난해 세계일보와 합의금 명목으로 600만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오는 25일에 사망 3주년을 맞이하는 잭슨에 대해 타라보렐리는 “한국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생긴 것 같다”며 “마지막으로 세계투어를 했던 곳도 1999년 서울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J. 랜디 타라보렐리는 언론인 가운데 마이클 잭슨과 가장 많이 인터뷰했던 인물로 널리 알려졌다. 13세 때 잭슨과 처음 인터뷰한 뒤 사망하기 전까지 언론인 가운데 드물게 잭슨과 꾸준히 접촉을 가졌다. ‘미스 로스라고 불러주세요(Call Her Miss Ross), ‘시나트라: 그 남자의 신화(Sinatra: the Man and the Myth) 등 18권의 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CBS-TV의 뉴스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엔시노=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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