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당원 명부 사들인 문자발송 업체, 총선 때 여야 후보 100여 명 홍보 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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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누리당 당원 명부 유출 사건과 연루된 문자발송업체가 4·11 총선 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후보 100여 명의 홍보를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당원 명부를 이용한 사전 선거운동 의혹이 새로운 이슈로 불거졌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후보 29명(당내 경선을 치른 4명 등 당선인 12명 포함)이 이 업체를 이용한 데 대해 21일 오전 “이들이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면서 “우리는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에 대해서도 자격심사를 요구한 만큼 새누리당에도 자진 사퇴를 권고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번 사건이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과 똑같은 사건이므로 당장 새누리당의 당원 명부, 공천 과정, 경선 과정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공천을 못 받은 최병국·안경률 등 전직 의원 10명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당원 명부 유출의 관리 책임이 있는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영세 사무총장은 국민과 당원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진상조사대책팀장 박민식 의원은 “총선 당시 서울·경기 지역만 보더라도 최소 20여 명의 민주통합당 당선자가 이 업체를 이용해 문자를 발송했다”며 “박 원내대표 논리라면 민주당 당선자들도 똑같이 자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문자 발송과 당원 명부 활용은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업체는 (발송할 문자의) 플랫폼을 구축할 뿐 (연락할) 명부를 대신 입력하지 않는다”며 “연락처는 의뢰인(당선자들)이 직접 입력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자체 분석 결과 100여 명의 여야 후보가 문제의 업체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후보(확인된 29명)보다 많은 민주당 후보 60~70명 정도가 오히려 이 업체에 문자 발송을 의뢰했다는 거다.

이에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처럼 불법적으로 유출된 당원명부를 가지고 불법·부정 경선으로 후보가 됐을 가능성이 있을 때가 문제”라며 “단지 똑같은 업체를 이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당원 명부가 유출되지도 않은 민주통합당을 걸고 넘어가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재반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이 업체가 굳이 당원 명부를 사들인 이유에 대해선 속 시원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문제의 업체를 이용한 의원들은 당원 명부 유출과의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문자발송업체를 찾아 사용했을 뿐이다. 당원 명부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원 300명 등 1500명 규모의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실시된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된 새누리당 후보 10명(당선인 4명)의 경우 문자 발송 때 유출된 당원 명부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 경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현역 의원 등 당협위원장들은 지역구 당원 명단에 접근할 수 있었다. 중앙당이 그들에겐 명단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출마하는 신인들은 명단을 갖지 못했다. 따라서 당원 명단을 확보해야 공천 때 실시되는 당원 상대 여론조사나 경선 등에서 덜 불리하다고 본 정치신인들은 이에 대한 유혹을 느끼기 쉬워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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