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위대한 비즈니스 전략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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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의사 결정이 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는 흔히 벌어집니다.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로부터 PC를 정당하게 도둑질하도록 내버려 둔 것은 제록스의 입장에서는 대단히 큰 손실을 초래한 결정이었겠지요.

애플 컴퓨터 또한 실패한 결정의 대표적인 경우 중 하나입니다. 아시다시피 애플은 자사 제품이 복제되는 것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게 제품의 질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지금의 매킨토시 운영시스템은 그 연장인 셈이지요. 그러나 애플은 표준화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잠재력을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결국 더 좋은 시스템임에도 불구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누리는 독점적 이익에 비하면 참패를 겪고 있는 것이지요.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어가는 데에는 현명한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어떤 조직이든 승리의 과정에는 필경 그에 걸맞는 훌륭한 결정이 있게 마련입니다. 개인의 결단에 의한 것이든, 혹은 집단의 집요한 협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정이든, 이는 위대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5가지의 이같은 성공적인 결정을 21가지의 실패한 결정과 함께 엮은 '75가지의 위대한 결정'(스튜어트 크레이너 지음, 송 일 옮김, 더난출판사 펴냄)가 눈길을 끕니다. 더구나 불황의 늪에서 모든 기업들이 활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는 상황에서 요긴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 책에는 기업의 성공적인 경영 의사 결정 75가지가 담겨 있습니다. 시기적으로는 달팽이 껍질을 화폐로 사용하여 거래의 편의성을 확보한 고대 중국인들로부터 군입대로 영웅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엘비스 프레슬리를 거쳐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까지 전 세기에 걸쳐 세계 전 지역에서 뽑아낸 것들입니다.

마치 역사 교과서의 뒷 이야기들을 읽어가듯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는 이 책은 일반적인 경영서적의 딱딱함을 벗어나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앞에서부터 차근차근 읽지 않아도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읽어도 75가지 각각에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아울러 현재 우리 기업의 나아갈 길을 찾아내는 데에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꼼꼼이 들여다 보는 것은, 현대 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세계적인 대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살펴보는 일입니다.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존슨앤드존슨과 같은 굴지의 대기업에서부터 IBM,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의 닷컴 기업에 이르기까지 평소 경영 전략의 모범을 보이는 기업들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 기업의 경영 전략을 일일이 분석한 딱딱한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기업이 오늘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중요한 경영 의사 결정 부분을 간략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를 이야기할 때, 이 책에서는 다른 부분은 빼고, 그저 마이크로소프트가 현재의 대기업으로 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MS-DOS의 사용권을 IBM에 넘기게 된 결정 과정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IBM이라는 대형 컴퓨터 회사에 컴퓨터 운영체제인 MS-DOS를 넘겨준 것을 당시 평자들에게 지금의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빌 게이츠가 MS-DOS의 사용권을 넘겨준 것은 지금처럼 전 세계 PC의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이지요.

위대한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이처럼 비즈니스에서 성공적인 결정을 한 예들을 골라 간략히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을 책상 머리에 두고, 가볍게 중간 중간 훑어보는 중에 언뜻 또 하나의 비즈니스의 역사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 위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규홍 Books 편집장 (gohkh@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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