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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 장생포 어민 고래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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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포경(고래잡이)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울산 어민과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간에 해상 충돌이 벌어질 조짐이다.

그린피스가 다음달 4~5일 '레인보 워리어2'호(Rainbow WarriorⅡ)를 울산항에 보내 포경 반대운동을 벌이기로 하자 어민들이 아예 입항을 저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장생포동청년회 유진규 회장은 24일 "옛 고래잡이 본거지인 장생포에서 포경반대 운동이 벌어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최근 긴급 회의를 열고 아예 입항을 하지 못하도록 해상에서 봉쇄하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울산 장생포동청년회.어민연합회 회원 등 어민 80여 명은 레인보 워리어 2호의 입항 시기에 맞춰 울산항 진입 항로인 동구 화암추 등대 앞바다에 어선을 동원, 해상시위를 벌이고 입항을 저지할 예정이다.

레인보 워리어 2호는 6월 울산에서 열리는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를 앞두고 포경반대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18일 인천항에 입항, 불법 포경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21일 인천항을 떠나 제주(25일). 남해안(26일). 포항(27일). 부산(4월 2일)을 거쳐 다음달 4~5일 울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그린피스는 멸종위기에 놓인 고래 등을 보호하고 방사능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는 기업이나 국가를 상대로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장생포는 포경이 금지된 1986년까지 한반도 고래잡이의 본거지였으며 현재 주민들이 IWC에 포경 재개 허용을 요구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포경재개추진협의회 변창명(70) 대표는 "포경 금지는 고래 자원이 멸종위기에서 벗어날 때까지 잠정적으로 하기로 한 조치였는데 지금은 고래가 너무 많아 오징어 등의 어장까지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린피스를 초청한 환경운동연합의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실장은 "80여 종의 고래 가운데 밍크고래와 돌고래 등은 증가했지만 귀신고래와 긴수염 고래는 여전히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며 "포경이 금지된 지금도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가 전문 식당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IWC가 포경금지 대상으로 지정한 고래는 밍크고래.귀신고래 등 13종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돌고래 등 어떤 고래도 잡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전국의 50여 고래고기 전문식당에는 그물에 걸리거나 좌초 등으로 죽어서 떠다니는 고래만 사법당국의 확인을 거쳐 매년 50~100마리가 판매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돌고래의 경우 무제한 포경을 허용하고 있으며 IWC 금지 대상 고래도 '조사 포경'을 명분으로 연간 700여 마리씩 잡고 있다.

국립과학원 측은 2000년 육안관찰법으로 조사한 결과 한반도 연안에는 긴부리 참돌고래 6만여 마리, 밍크고래 2500여 마리 등 11만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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