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칼럼] 한국인 벤처 마인드

중앙일보

입력

어느 겨울, 세미나에서 만난 일본과 한국 비즈니스맨 그룹 일행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함께 스키장을 갔다.

이들 대부분은 스키를 타본 적이 없는 초보들이었다.

일본인 중 리더격인 한 명이 일본어로 일행에게 한국인들과 함께 스키를 타면 위험하니까 일본 그룹은 따로 스키를 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마침 곁에 서 있던 한국인 일행 중 일본말을 알아 들은 한국인이 심히 불쾌한 표정을 지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어쨌든 일본인 비즈니스맨들은 즉시 스키 스쿨에 등록했고 스키를 신은 채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것, 옆으로 걷는 것부터 시작해 스키 선생님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반면 한국인 그룹은 잠시 모여 의논을 하더니 스키를 빌려 신자마자 바로 초보자 슬로프를 타고 용기있게 올라갔다. 물론 처음 내려올 때는 일행 모두 거의 넘어지고 구르면서 내려왔다. 한국인 일행은 "스키는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야! 위에서 몇 번만 굴러서 내려오면 그 다음부터는 초보 코스는 식은 죽 먹기야!" 라고 서로 가르쳐 주면서 말이다.

하루의 스키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는 오후 4시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초보들이 타는 슬로프에서 자유 자재로 스키를 즐기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이는 중급 코스를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를 본 일본 비즈니스맨들 중 일부는 한국인들을 몹시 부러워했고 몇명의 일본인들은 고개를 저었다. 왜냐하면 일본인들은 아직도 스키 스쿨 선생님과 함께 있었으므로…. 이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위의 한 가지 경우만 놓고도 다양하게 한국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다. 찬반 양론을 펼 수도 있을 것이고 장.단점을 분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한국인의 적극적인 모험정신이다. 위험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빠르게 일을 진행시키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다수의 외국인 비즈니스맨들에게 한국에서 비즈니스하는 데 가장 커다란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그 역량 가운데는 높은 교육 수준, 근면함, 회사에 대한 충성심 등 다양한 대답들이 나오는데 그 중 빠지지 않는 것은 한국인들의 벤처정신과 빠른 추진력.돌파력 등을 들 수 있다.

'한강의 기적' 이라 불리는 경제 성장과 또 3년 전의 외환위기를 아시아 주변 여러 국가들에 비해 훨씬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 한국인의 이러한 역량을 대변해 주는 증거들이다.

이러한 한국인의 벤처 마인드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역시 정보기술(IT)산업이다. 한국은 IT산업 성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일뿐 아니라 IT분야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단연 선두 그룹을 형성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인들 특유의 모험심, 빠른 것을 좋아하는 성격, 결과지향적 추진력들이 오늘날 한국 IT산업의 성장을 가져 왔다고 믿는다.

물론 최근에는 경기 불황과 겹쳐 벤처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스쳐가는 어려움일 것이라 생각한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는 엄청나고도 수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한국인은 이 기회를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결코 물러서거나 주춤거리지 않고 오히려 경제 성장을 가져올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한국인은 IT로 대표되는 벤처산업을 한국의 21세기를 이끌어 갈 산업의 하나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 이란 말은 과거의 것이 아니고 오히려 앞으로도 계속될 한국의 모습인 것이다. 그리고 그 역동적 힘은 바로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벤처 마인드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웨인 첨리<다임러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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