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 입 틀어막힌 발로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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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폴란드 포즈난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유로 2012 C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 수비수 안드레아 바르찰리(오른쪽)가 아일랜드 수비수 존 오셰이(오른쪽 둘째), 공격수 존 월터스(오른쪽 셋째) 등과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포즈난(폴란드) AFP=연합뉴스]
마리오 발로텔리(왼쪽)가 아일랜드전에서 골을 넣은 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험악한 말을 하자 동료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입을 막고 있다. [포즈난(폴란드)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축구대표팀 공격수 마리오 발로텔리(22)는 다혈질이다. 훈련 중에도 동료와 주먹다짐을 밥먹듯 한다. 감독의 기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일부러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 그를 가장 화나게 하는 건 인종차별이다. 발로텔리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개막 직전부터 “인종차별이 일어나면 바로 집에 갈 것이다. 내게 바나나를 던진다면 그를 찾아서 죽여버리고 감옥에 가겠다”고 할 정도로 민감하다.

 이탈리아와 아일랜드의 유로 2012 C조 3차전이 열린 19일(한국시간) 폴란드 포즈난 시립경기장. 발로텔리는 후반 45분 발리슛으로 2-0 승리의 쐐기골을 넣은 뒤 벌떡 일어나 한 곳을 응시했다. 이어 손을 들어올리며 거친 말을 쏟아냈다. 팀 동료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황급히 달려와 발로텔리의 입을 막으며 진정시켰다.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표시를 하려다 동료에게 막힌 것이다. 보누치는 “발로텔리는 경기 전부터 매우 흥분해 있었다. 골을 넣고서는 매우 충동적인 말을 했다”고 전했다. 발로텔리는 지난 15일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뒤 크게 흥분했다. 크로아티아 팬들은 원숭이 소리를 내며 경기장 안으로 바나나를 던졌다. 하지만 그는 골을 넣은 뒤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꾹 참았다.

 발로텔리가 인종차별에 민감한 이유는 아프리카 태생으로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다. 그는 가나에서 이탈리아로 건너온 이민자 2세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가난 때문에 이탈리아 집안으로 강제 입양됐다. 어린 시절 피부색이 다르다며 늘 놀림을 받았다. 2009년에는 자신을 놀린 상대팀 팬을 찾아가 욕설을 퍼부어 신문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지난해 남수단공화국에 ‘발로텔리의 날개’라는 학교를 지어 가난한 아이들을 후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인종차별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크로아티아 팬들에게도 이미 한 차례 경고를 했는데 이런 일이 또 일어나 매우 실망스럽다.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C조에서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8강에 진출했다. 스페인은 크로아티아를 1-0으로 물리치고 2승1무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아일랜드를 잡고 1승2무가 된 이탈리아는 8강에 합류했다.

키예프(우크라이나)=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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