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심리 전술인가, 믿는 데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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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념(陳稔)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전철환(全哲煥)한국은행 총재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2분기 경기회복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기업경기실사지수(BSI)나 소비자기대지수 조사 결과가 기업과 소비자의 경기호전 기대감을 반영해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설비투자와 실제 소비는 아직 뚜렷하게 늘었다는 징후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경제팀의 리더인 陳부총리와 全총재의 경기전망에 대한 이같은 낙관적인 발언이 자칫 구조조정 작업에 지장을 주고 거품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높아지는 발언 수위=陳부총리는 연초부터 “상반기,특히 1분기에 경기가 어렵겠지만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혀왔다.그런데 최근 말의 뉘앙스가 약간 달라졌다.

‘경기 저점’이란 표현은 가급적 삼가면서 2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全총재의 발언 수위는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다.지난달 11일만 해도 콜금리 인하를 미룬 뒤 “성장률이 떨어지고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었다.그러나 채 한달이 안된 지난 8일 콜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 “올해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 있고,1분기와 2분기 3%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1분기 저점 가능성을 내비쳤다.지난 16일과 21일에는 아예 “2분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판단 근거는=표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BSI와 통계청이 조사한 소비자기대지수가 내림세에서 오름세로 바뀌는 등 일부 지표가 좋아졌다는 점이다.그 뒤에는 1분기 경기가 최악의 상태에 이르고,2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 지표가 기술적으로 반등하는 것으로 나타나리란 계산이 깔려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산업활동동향과 관련된 지표들은 한달 내지 두달의 시차가 있어 지표만으로 2분기 경기회복을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2분기가 1분기보다 나아질 것만은 분명하므로 2분기 회복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지표로 경기를 예측하기가 애매한 판에 기업 등 산업현장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경기가 2분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의 전망 수정은 미국 경기에 대한 전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한국은행은 미국 경기를 올해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보았는데,全총재가 지난달 8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총회에 참석한 뒤 미국 경기의 급락(경착륙)에 대한 걱정이 누그러졌다.한국은행 관계자는 “총재가 BIS 총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퍼거슨 부위원장,뉴욕연준 맥도너 총재 등을 만나 의견을 나눈 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예상했다”며 “그 뒤 국내의 일부 지표(BSI,소비자기대지수,수출입동향)가 호전 기미를 보이고 그린스펀 FRB 의장의 경기전망 발언이 나오면서 확신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심리 호전도 노린다=재경부와 한은 관계자들은 “경제정책이 너무 주식시장을 살리는 쪽에 집중된 감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정부가 경기 침체의 돌파구를 증시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陳부총리는 지난 1월 3일 증권·투신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 경제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전법’”이라고 말했다.그는 부총리가 된 뒤에도 경제를 살아있는 생물로 비유하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런 陳부총리가 2이달 들어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은 투자와 소비심리를 호전시키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으이란 분석이다.

명지대 윤창현 교수는 “경제 주체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최근 경제상황이 회복을 단정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면서 “자칫 지난해 초처럼 증시에 거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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