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방 우유'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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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벌어졌던 일화다. 본선 출전국인 덴마크 선수단이 묵고 있던 경주 호텔 고객서비스팀에 비상이 걸렸다. 선수들이 우유를 마셔야 하는데, 반드시 최소 저지방 우유를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한국인이 마시는 우유는 지방이 많아 마실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호텔 측은 부랴부랴 수소문한 끝에 파스퇴르 유업의 저지방.무지방 우유를 공급받아 경주까지 가져오는 소동을 벌였다.

우유도 다이어트하는 세상이다.

한국인에겐 낯설지만 덴마크 등 낙농 선진국에선 지방을 쑥 뺀 우유를 주로 마신다. 저지방 치즈.발효유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 보통 우유 100㎖에는 3~3.5g 정도의 유지방이 들어있다.

저지방 우유의 경우 100㎖ 당 유지방이 1.5g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칼로리도 적다. 그래서 한국에선 인기가 별로 없다. 지난해 2조5000억원대에 이르는 전체 우유 시장에서 저지방.무지방 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다.

그러나 최근 '맛보다는 건강'이라는 웰빙 열풍으로 저지방.무지방 우유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비중은 적지만 성장세는 놀랍다. 매일유업의 경우 지난해 저지방 우유 매출이 2003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싱거운 맛'으로 평가하던 저지방 우유를 소비자들이 '깔끔한 맛'이 난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파스퇴르 유업의 '팻프리 우유', 해태유업의 '지방 제로 우유', 덴마크 밀크의 '덴마크 스킴 밀크' 등 지방이 전혀 없는 우유도 나왔다. 또 우유업체들은 지방 함량을 낮춰 칼로리를 줄이는 대신 비타민과 철분을 첨가해 영양은 일반 우유 못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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