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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대형 유통업체와 상생의 길을 뚫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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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이정희
아산시 농정유통과 팀장

우리의 농산물은 지금 어떤 형태로 포장되고 어떤 경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까? 대충은 아는 상식이다. 지금 그 라인에 엄청난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SSM(소규모 슈퍼마켓)의 동네골목 점령소식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마트 업계의 PB상품 유통거래 역시 비일비재하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든 소규모 농가든 농업 경영체에서 각자 이름을 달고 유통업계에 몇%나 입점할 수 있을까?

우리네 농촌은 각 지역마다 고유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곳에 가면 무언가에 이끌려 얼룩빼기 누렁이에 대한 노래를 부르게 되고 신바람이 나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농촌의 상징성에 대한 변천사를 살펴보면 익히 이해가 된다.

신토불이로 시작된 농촌의 상징성은 친환경, 그린·자연, 로컬푸드(지산지소)로 진화했다. 미래에는 과연 어떤 형태로의 진화를 밟을지? 감히, ‘감성(이야기)’ 내지는 ‘슬로우’라는 농촌문화의 상징성으로 진행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형마트 업계의 빅3는 롯데, E, 홈플러스다. 이 밖에도 여러 개의 업계가 중소도시까지 설치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농산품의 거래량은 짐작컨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농협 하나로나 재래시장, 골목시장의 상거래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은 얼마든지 구매가 가능하다. 다만 거래품목과 거래량이 중요한 건 아니다. 자기지역에서 생산된 품목이 과연 얼마나 유통되는지에 대한 반문을 해본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아산시 관내 삼성단지(트라펠리스)내 아파트 소비자를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목요장터’를 운영해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이야기와 꾸러미가 있는 상품을 만들어 감성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그 곳에 가면 많은 얘기들이 생산농가들을 기쁨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지금부터 밝힐 필요는 없지만 이러한 농산품의 거래는 어는 한곳으로부터 출발된다고 보기가 어렵듯 생산농가들만의 힘으로 대기업 유통업체의 마케터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에서부터 매장에 입점하기까지의 힘든 과정을 헤쳐 나가야 생존할 수 있다는 신념 하에 곧, E-업계와 업무협약을 체결토록 잠정적 합의를 해 진행 중에 있다. 생존은 누구에게나 거쳐야 할 관문이라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좋은 상품을 믿고 거래할 수 있도록 밭 자리를 펼쳐주고 멍석을 깔아줘야 그들이 앉아서 쉬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 이러한 토대 위에서 우리의 농산품이 우리의 이름을 달고 날개를 펼치는 날을 상상해 본다. 요즘, 몇 년 만에 겪는 가뭄과 고온으로 농작물이 수난을 겪고,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한편 가슴 아프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꿈을 선물하고 싶다.

이정희 아산시 농정유통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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