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문제] 천안시 성정2동 주유소 앞 버스정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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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정 2동 프라임OS 주유소 앞 선경A 정류장 이전을 놓고 주민과 대표, 시가 마찰을 빚고 있다.

성정 2동 ‘프라임OS 주유소’ 앞에 위치한 버스정류장 이전을 놓고 주유소 대표와 인근 주민들이 대립하고 있어 해결방안이 시급하다. 주유소 측은 버스 통행로와 입출입구가 겹쳐 충돌사고가 다분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담배를 피워 화재 위험성까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당장 주민들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버스 정류장을 이전해 주는 건 납득이 가지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유소와 정류장 사이는 불과 2m. 이 주유소의 출입구는 하나다. 나가는 곳과 들어가는 곳이 같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고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는 이곳을 지나는 버스와 주유소를 이용한 차들이 엉켜 혼잡스럽다. 버스에서 하차한 시민과 그 버스를 피해 차선을 변경하는 승용차와의 사고 위험성도 있다.

이곳 주유소 박종영 대표는 “버스 운전자들도 이곳 정류장의 위험성을 알고 있다. 일부 운수업체 측에서는 구청에 이전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며 “나 역시 지난해부터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이곳 주유소 주변 바닥에는 수 백개의 담배꽁초들이 버려져 있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피운 것이다. 이곳을 경유하는 버스 노선은 총 4개. 일 평균 이용객은 2000여 명이다. 박대표는 “버스를 기다리는 분들이 무의식 중에 담배를 피운다”며 “수시로 가서 제지해 보지만 그때뿐이다. 교통사고보다 더 무서운 건 화재”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을 위험하게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라는 말을 새삼 느낀다. 담뱃불 하나 때문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정류장 이전이 시급하다고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곳 주유소에는 20만 리터의 기름이 지하 저장 탱크 안에 보관돼 있다. 만약 부주의로 인해 화재가 난다면 주유소는 물론 주변 일대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박 대표는 버스정류장 이전을 위해 성정 2동 거주자에게는 리터당 30원의 할인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의견차를 좁힐 수 없었다.

이곳 주유소 인근에는 총 380여 세대의 선경 아파트 단지가 자리잡고 있고 30여 개의 상가와 주택이 밀집돼 있다. 일부 시민들은 주유소 앞 버스정류장의 이전에 대해 수긍하고 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멀쩡히 있는 버스정류장을 옮기면 주민들이 불편을 입을 것이라는 의견과 이익 없이는 옮겨줄 수 없다는 입장 때문이다. 또 버스정류장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성정 2동 한 주민은 “주유소는 버스 정류장 경계 사이에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하고 시에서는 흡연자에게 강력하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노력은 해보지도 않고 정류장만 옮기라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결국 자신의 영업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이전을 외치고 있는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버스정류장 보다 시급한 문제는 아파트 단지 골목에서 큰 길가로 나갈 때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것”이라며 “아파트 단지 인근에 신호등이 하나 더 필요한 시점이며 정류장 이전은 그 후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곳 주유소에 진입로가 하나인 이유는 2007년 2월 준공 당시 교통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서북구청의 방침이었다. 주유소 부지 앞에 버스정류장이 자리 잡고 있어 진출입로가 두 군데로 나뉘어지면 더욱 위험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시 관계자는 “만약 버스정류장 뒤로 진입로가 있고 앞으로 출입로가 자리 잡고 있을 경우 버스가 지체되는 것은 물론 승객들에게도 더 위험을 줄 수 있다”며 “처음 주유소가 들어설 당시 진출입로를 한 곳으로 정하겠다는 각서를 받고 허가를 내줬지만 2008년 12월 박 대표가 새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그런 얘기를 전해듣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북구가 버스정류장 이전을 놓고 수수방관했던 것 만은 아니다. 주변 일대의 빈번한 차 사고와 화재 등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전을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 무산됐다. 경찰과 함께 시민들을 찾아가 안전대책위원회를 열고 설득해보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반대를 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시 관계자는 “정류장 폐쇄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만약 이전하게 된다면 기존 정류장보다 20m 정도 떨어진 적당한 곳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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