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입시 탐방 ② 하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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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재학생 두 명이 학교를 찾아온 중학생들과 얘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윤정양·정동준군·이세은양·이대욱군·이민혁군.

“자기관리 능력을 길렀으면 좋겠어. 우리 학교는 수업 시간표 짜기, 기숙사 생활, 스터디 모임 같이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많거든.”

하나고 2학년 정동준(문과)군과 이대욱(이과)군은 4일 하나고를 찾은 이민혁(서울 양진중 2)군과 이세은(서울 원촌중 2)·최윤정(서울 일신여중 2)양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정군과 이군은 “학교 생활에 적극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윤정(이하 최)=중학생 때 성적이 입학 후에도 유지가 됐나요.

정동준(이하 정)=중학생 때 전교 10%안에 들었는데 입학 후 첫 시험을 보고 실망했어. 답을 맞혀보는데 주룩주룩 눈물이 내리더라고. 우수한 친구들이 모여있으니 처음엔 중압감이 들었어. 하지만 선생님들이 교과 관련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해주시고 학교와 기숙사 생활에 완전히 적응이 되니까 성적도 오르기 시작했어.

이대욱(이하 이)=우리끼리 자발적으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함께 공부해. 난 친구들과는 미분방정식 스터디 그룹을, 후배들과는 미분적분학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함께 공부하고 있어. 잘하는 과목이 각기 다른 친구들끼리 모여서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는 아이들도 있어. 기숙사 생활을 하니까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지. 우수한 애들끼리 모여서 경쟁도 불가피하지만 잘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니까 큰 도움이 돼.
 
이민혁(이하 민혁)=수업 분위기가 궁금해요.

정=우린 대학처럼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해 듣고, 강의에 따라 강의실을 이동해. 전교생이 친해질 수 있는 기회도 되지. 문·이과로 따로 나누지 않고, 자신이 자연계열이면 그에 맞게 강의를 선택하면 돼. 수업이 끝나면 애들이 선생님께 질문을 하러 쪼르륵 달려가.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 쉬지 못하실 정도지. 한 반 정원은 13명 정도인데 수업은 따로 듣지만, 아침 조회는 같이 하고, 정기적으로 반모임을 가져.

이=수업 중에 과제 연구 수업이 있는데 학생들이 한 주제를 갖고 팀을 짜서 연구하고 논문을 완성해. 관련 과목 선생님을 찾아가서 지도 교사를 부탁 드리면 선생님은 학생들과 같이 세미나를 열어주시고, 필요하면 자문을 구하러 전문기관에도 가셔.
 
최=중학생 때 고교과정에 대한 선행학습이 필요할까요.

이=진도가 빠른 편이니까 자신 없는 과목은 미리 하는 것도 좋을 거 같아. 난 초등학생 시절을 일본에서 보내서 수학 과목에 좀 취약했는데 미리 공부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그러면 아무래도 자신감이 생기겠지. 그런데 선행학습을 하는지 안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한 거 같아. 남이 알려주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식이 아니라,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서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를 것이 중요해.
 
민혁=자기개발계획서에 쓴 비교과 활동은 무엇인가요.

정=난 공항의 홍보직에서 일하는 게 꿈인데 진로와 관련된 활동을 했어. 인천공항에서 카트를 청소하는 봉사활동을 했거든. 현충원에서 묘비 닦는 봉사활동도 했고. 이런 활동을 어떻게 했고, 무엇을 느꼈고, 그로 인해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적었지.
 
이세은(이하 세은)=기숙사 생활이 궁금해요.

정=학생들로 구성된 자치법정이 있어서 자신이 받은 벌점에 대해 이의가 있는 학생은 자치법정에 소명서를 제출해. 그럼 학생 법관들이 판단해서 벌점을 삭감해줄지 결정하지. 그리고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이라면, 오전 6시 40분에 일어나서 7시까지 산책을 하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음악·체육·미술 활동을 하는 1인 2기 시간이야.

세은=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나요.

정=1인 2기 시간에 난 플룻을 연주하는데 정말 재미있어. 춤·밴드·노래 같은 동아리가 활성화돼 있고, 학교 안에 아트센터가 있어서 종종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도 하지.
 
최=하나고에 입학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세요.

이=우리 학교는 강의 듣고, 자습하고, 노는 거의 모든 활동을 스스로 계획을 짜서 해야 하잖아. 이런 자유를 잘 누리려면 자기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

정=하나고 입학을 준비하면, 당락과 상관없이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내 꿈이 무엇인지 깨닫는 기회가 될 거야.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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