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냅스터에 '발목 잡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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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가 좀더 신중해지지 않는다면, 냅스터는 마침내 P2P 컴퓨팅의 소멸을 초래할 것이다.

냅스터 이야기가 낳은 부작용은 P2P 기업들이 ''미국''이라는 회사와의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비록 냅스터가 일반적인 사고방식으로 볼 때 반역적인 기술로 여겨지는 것의 대표자처럼 돼버렸지만, 냅스터는 순수한 P2P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벤처 캐피탈로부터 약 4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는 P2P 기업들이 약 150개 이상되며, 이런 자금의 대부분은 분산 컴퓨팅이나 협업/지식 관리 도구에 투자됐다. 이런 기업들이 냅스터 혹은 사업 제안처럼 하게 되는 절도와 맺는 관련성은 달나라에 있는 사람과 맺는 관련성 만큼이나 희박하다.

하지만 음반 기업들이 냅스터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도, 업계에서는 이미 P2P 기술이 IT에 대해 갖는 의미와 관련된 불안이 있었다. 보안과 지적재산권 보호, 대역폭을 범람시키지 않는 것과 관련한 것 등 한마디로 통제력에 관한 우려였다.

IT 매니저들은 직원 개개인들이 P2P 애플리케이션을 은밀하게 바로 코앞까지 들여온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조직 내부 사람들에게 디지털 음악을 다운로드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일은 할 수 없었다.

게다가 냅스터에 대한 얘기를 수없이 많이 듣고 읽은 후에는 이것이 부상하고 있는 P2P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다.

이것을 ''연합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라 부른다 하더라도 P2P 개발자들은 ''냅스터 효과''의 예기치 않은 부작용과 씨름해야 할 것이며, 자신들이 기업의 소망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특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과 맞서야 할 것이다.

온통 두려움과 관련된 것

레이 오지(Ray Ozzie)는 로터스와 IBM에서 근무하던 시절, 당시 엔터프라이즈급 기업들 사이에 혁명적인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인식되던 것을 판매할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P2P 제품들이 중요한 제품들과 비슷한 진보를 이룩할 경우 개발자들은 IT 경향을 이해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퉁명스럽게 ''IT 매니저들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미지의 기술을 수용하기를 꺼려한다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그루브 네트웍스(Groove Networks) 창립자겸 CEO인 오지는 지난 14일 아침 샌프란시스코에 모인 수많은 청중들에게 "올바른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IT 요구에 대해 공감할 경우에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 운운한 것은 미국의 점진적인 ''오프라(Oprah-ization)''화를 뒤늦게 인정한 것이 아니다. 네트워크는 매우 신중하게 계획되고 있으며, IT 커뮤니티 내부에는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팅을 지배하는 중앙집중적인 통제와 관리 프로토콜을 완전히 어지럽히는 것에 대해 납득할만한 불안이 존재한다.

오지는 어떤 종류의 소프트웨어 계통이든 좋지 않은 평판을 갖고 있다면, IT 매니저들은 그런 소프트웨어를 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T 매니저들은 그런 소프트웨어를 피해야 한다. 만약 그런 소프트웨어가 거꾸로 그들을 괴롭힌다면, 결국은 모든 책임은 그들이 짊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냅스터는 P2P에 대한 가장 좋은 광고로서 뿐 아니라 가장 나쁜 광고로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오지는 지금 당장 개발자들이 ''여기 냅스터 방식이 있다. 이제 우리가 그 방법을 알았으니 우리의 방식이 어떤 것이며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내가 설명해주겠다''고 말함으로써 5분내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IT 인력들에게 중요한 것은 이것이 그들의 네트워크에 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그들이 다른 모든 것을 관리하는 방식과 일관되게 이것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른 식으로 해석하면, 이것은 온통 두려움과 관련돼있다. 조직 안팎의 정보 흐름에 대한 통제력 상실의 두려움, 분산화에 대한 두려움, 직원들이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네트워크 변방에 살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문제에 대한 두려움 등이 그것이다.

이번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3일간의 오레일리 P2P 컨퍼런스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P2P에 대한 히스테리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설득력있는 주장을 얻게 된다.

대부분의 조직들은 이미 정보를 이리저리 유출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간의 정보 흐름에 대한 통제력을 거의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었던 금융 서비스 산업만은 예외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적재산의 유/출입을 주시하지 않는다. 우리는 협력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 간의 지적재산의 흐름을 안전하게 통제하는 일에 좀더 자신이 있다. e-메일을 통한 것 이상의 방법이다."

웜과 바이러스의 맹공격이 네트워크 보안 사업에 놀라운 성공을 가져다준 것처럼, P2P 개발자들에게 가장 좋은 소식은 역설적이게도 중대한 내부자 거래 스캔들일 것이다.

오지는 e-메일 흐름을 관찰하는 ISP 관리자가 개인적인 이득을 꾀할 수 있는 상황을 불법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한다.

"e-메일을 통해 진행되는 거래의 흐름을 살펴 보라. 경영층은 좋은 의도를 갖고 있을지 몰라도 개인 키보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가까이 오가는 정보에 놀랍도록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스스로 즐기지도 구하지도 않는 역할인 P2P 홍보자가 돼버린 오지는 IT 업계가 포스트 냅스터 세계에서는 기술을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반드시 충동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P2P는 여전히 보편화되기 어렵다.

게다가 악몽같은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오지는 "냅스터 지지자들이 현재 냅스터의 명성을 더럽힌다면(그것은 일개 기술에 불과하다), 그리고 냅스터의 사용이 너무나 정치적인 문제가 됨으로써 이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양극화시킨다면, 이것은 IT 인력들이 경계해야할 더 많은 이유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냅스터는 P2P에 대한 가장 좋은 광고로서 뿐 아니라 가장 나쁜 광고로서 역사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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