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마라톤 영웅 고남승룡옹 빈소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일 타계한 고(故)남승룡(南昇龍)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지방공사 강남병원 영안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장남 운기(61)씨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南옹을 간병하다 잠시 미국에 돌아가느라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고 21일 새벽 빈소에 도착했다.

6년 전 교통사고로 몸이 불편한 막내 충웅(51)씨는 휠체어에 몸을 실은 채 조문객들을 맞았다.

21일 오전부터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건각들이 노구를 끌고 고인의 넋을 기리려 빈소를 찾았다.

1948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했던 서윤복(徐潤福.79)옹은 당시 코치로 참가했던 南옹이 선수로 뛰어야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풀코스(42.195㎞)를 두 차례밖에 완주하지 못했던 徐옹이 경기 전날 "자신이 없다" 고 털어놓자 南옹이 "내가 같이 뛰겠다" 며 흔쾌히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자청했다는 것이다.

南옹은 중반까지 徐옹을 격려하며 이끌어 우승을 도운 뒤 자신은 10위로 골인했다. 徐옹은 "선생님은 태극기를 달고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다" 며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50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1, 3위를 차지했던 함기용(咸基鎔.72).최윤칠(崔崙七.74)옹. 당시 2위를 차지했던 송길윤씨가 지난해 6월 작고해 두 사람만 스승의 영정 앞에 섰다.

두 사람은 "베를린 올림픽에서 1등을 못한 것은 괜찮았다. 일장기를 달고 뛴 것이 서러웠다. 태극기를 달고 달리는 너희들이 부럽다" 라던 南옹을 기억했다.

하지만 南옹과 함께 36년 베를린올림픽을 제패했던 손기정(孫基禎.89)옹은 결국 노환으로 빈소를 찾지 못했다. 가족들은 孫옹의 건강을 걱정해 50년 동지인 南옹의 부음을 차마 전하지 못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