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재첩, 올해만 같아라 10년 만에 웃는 하동 어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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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하동군 하동읍 신기리 섬진강 하구. 요즘 이곳에선 재첩잡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민들은 챙 달린 모자에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입고 대나무 끝에 부챗살 모양의 쇠갈퀴가 달린 일명 ‘거랭이’를 들고 강바닥을 훑는다. 배 뒤에 도구를 묶어 끌면서 강바닥에 있는 재첩을 긁어내기도 한다. 건져 올린 재첩은 커다란 고무통에 담아 육지로 옮긴다.

 정강근(54)어촌계장은 “어촌계원 140여명이 하루 작업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2~3배 많은 1인당 5포대(1포대 30㎏)를 잡곤 한다”고 말했다. 재첩이 많이 잡히면서 가격은 지난해 ㎏당 3100~3200원보다 적은 2300원에 가공공장·식당에 납품되고 있다.

6월 들어 하동 섬진강 하구에서는 어민들의 재첩잡이가 한창이다. 올해는 상류에서 비가 많이 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2~3배 늘었다고 한다. [사진 하동군]

 지난 10여 년간 생산량이 줄어들던 하동 채첩이 올해 대량으로 잡히고 있다. 봄철 강우로 섬진강의 염분농도가 적정해진 데다 2006년부터 이뤄진 재첩 이식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재첩은 4월 말부터 10월까지 물때에 맞춰 한 달에 10~15일간 채취된다.

 17일 하동군에 따르면 수협을 통한 계통 출하량과 위판액은 2001년 626t 15억8600만원이었으나 2005년 245t 4억7000만원으로 줄더니 지난해 188t 4억1400만원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위판액이 큰 폭 감소한 것이다.

 재첩은 계통출하보다 어민이 직접 가공공장·식당에 판매하는 비계통 출하가 평균 70%를 차지한다. 계통출하가 줄어드는 비율만큼 비계통 출하도 줄고 있다는 게 어민들의 말이다.

어민들은 상류 댐(섬진강·주암·수어댐)건설로 방류량이 줄어 염도균형이 맞지 않고 모래톱이 사라지는 등 서식환경이 나빠져 그동안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동군 조사결과 재첩 서식지는 1990년 이전 210ha에서 지난해 140ha로 33% 줄었다. 어민들은 지난해 한국수자원공사에 몰려가 댐 방류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류의 많은 봄비 등으로 적정 수량(水量)이 유치돼 생산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하동군 경제수산과 직원 정종욱(36)씨는 “염분농도가 높으면 폐사하는 재첩은 바닷물과 만나는 염도 10~20퍼밀(‰)의 기수(汽水)에서 잘 자란다”고 말했다.

 서식지 확대사업도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동군은 2006년 하동읍 흥룡·화심·두곡리에 2.56t, 2007년 하동읍 광평리에 1.62t, 2008년 하동읍 화심리에 17.3t, 2009년 화심리에 14.4t, 지난해 두곡리에 5.6t의 어린 재첩을 뿌렸다. 하구에서 잡은 어린 재첩을 상류에 뿌려 서식지를 확대하는 사업이다. 이식지역은 주 서식지인 하동읍 목도리~두곡리(10여㎞)에서 상류 5㎞까지 올라간다. 올해도 20t을 이식한다는 게 하동군 계획이다.

 하동군은 재첩보호를 위해 허가받은 550가구로 어촌계(契)를 만들어 직경 1.5㎝ 이하는 포획을 금지하도록 지도·단속하고 있다. 생산량 확대와 어민소득 증대를 위해 2009년부터 경남도 민물고기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양식기술도 개발 중이다. 하동에는 식당 100여 곳에서 재첩국·회 등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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